놀자, 사람이랑

조카 별장

칠부능선 2009. 10. 31. 21:01

 

 

  하루하루가 그야말로 쏜살같이 지나간다.

  아무 일 없이 하루를 보내는 것에 감사햐야하겠지만, 왜 이리 공허한지. 나를 위한 시간을 몽땅 도둑 맞고 있는 요즘이다.

  그 도둑, 아니 도둑들에게 기꺼이 충성을 다하리라 다짐했건만 무시로 솟아오르는 무엇이 나를 흔든다.

 

 

 

 

 

 

 

  

 

친정 장조카가 용인에 별장을 마련했다고 초대했다.

마당에 자그마한 연못도 있고, 성능이 시원찮지만 황토방도 있고.

무엇보다 강점은 그 동네가 성지순례 코스이며 집에서 가깝다는 것이다. 

주말에 이곳에서 지내는데, 여기서 자고 나면 몸이 가벼워진단다. 옛날 생각도 나고.

 

취중에서 오간 이야기지만 오늘 조카한테 들은 <노 운 세 명>을 거듭 생각한다.

열심히 노력하다보면 운이 따라주고, 운이 따르면 세력이 이루어지고, 세력을 이루면 명을 내릴 위치에 다다르게 된다.

또 다른 해석은 아무리 노력을 해도 운이 좋은 사람은 이길 수 없고, 운이 아무리 좋아도 세력을 가진 사람은 넘을 수가 없고, 세력을 가졌다고 해도 명을 내리는 위치에 서지 못하면 큰 것을 이룰 수 없단다.

 

나도 늘 내 행실 보다 넉넉히 받으며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보이지 않는 어떤 기원의 힘으로 내가 편안히 살고 있다는 생각, 그것이 돌아가신 조상일수도 있고, 더 커다란 힘일수도 있다.

조카도 그런 생각을 한단다. 그 중 돌아가신 할머니의 기운도 느낀다고.

우리 엄마의 첫 손자와, 단 하나인 사위. 엄마의 막내 아들과 하나뿐인 딸인 나,,

모여서 엄마의 남다른 공덕을 추억하는 밤이었다.

 

 

 

 

 

   점심은 식당에서 청국장을 먹고, 저녁엔 바베큐를 해줘서 진탕 먹고 마시고, 모처럼  밤늦게 집에 왔다.  

  나도 저렇게 지낼 날이 올까. 

  집에 시간을 투자하는 건 사양이다. 아직은 사람 건사하기도 힘겹다.

  9살 아래인 조카의 전성시대다. 길이 창창하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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