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생일이라서 순성원에서 만났다.
동백이 피었다.
미혼으로 저물어 가는 친구를 보는 건 안쓰럽다.
젊을 때는 자유로움을 부러워했건만, 이제는 내가 챙겨주어야 할 혈육같은 느낌이 든다.
화려한 일본 동백보다 난 조촐한 토종 동백이 좋다.
꽃이 질때 단숨에 탁, 목을 꺽는 성질머리도 좋다.
노아시 라나,
일본산 감나무도 가을이 깊었다.
이파리를 다 떨구고 감을 익히고 있다.
까치밥도 필요없는데 ...
순성원엔 눈요깃거리가 많다.
추석에 내게 준 사과나무를 죽이기 전에 도로 갖다 주었다.
난 뭐든 죽이길 잘 한다.
내 손길을 주어야 자라는 것들은 부담스럽다.
누군가의 사랑과 관심을 지속적으로 받아야만 사는 생명들... 에고... 불쌍타.
재미로 듣는 현대소설론의 마지막 과제가 '쓰고싶은 것 쓰기' 다.
과연 내가 쓰고싶은 것이 무엇이었는가.
쓰지않고 못 배길 것이 있었는가. 정직하게 말하면 나는 쓰지않고도 살 것 같다.
아니, 어쩌면 더 잘 살지도 모른다.
괜한 골칫거리를 뒷통수 한 쪽에 매달고 사는 것이지.
가끔씩 일으키는 편두통의 진원지가 그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한가지에 전력투구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이것저것 걸쳐두고 다스리려니, 용량을 생각해야지.
벌써부터 과부하로 울컥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