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사람이랑

동백

칠부능선 2009. 11. 14. 16:29

 

 

친구 생일이라서 순성원에서 만났다.

동백이 피었다.

미혼으로 저물어 가는 친구를 보는 건 안쓰럽다.

젊을 때는 자유로움을 부러워했건만, 이제는 내가 챙겨주어야 할 혈육같은 느낌이 든다.

 

화려한 일본 동백보다 난 조촐한 토종 동백이 좋다.

꽃이 질때 단숨에 탁, 목을 꺽는 성질머리도 좋다.

 

 

 

 

 

노아시 라나,

일본산 감나무도 가을이 깊었다.

이파리를 다 떨구고 감을 익히고 있다.

까치밥도 필요없는데 ...

 

순성원엔 눈요깃거리가 많다.

추석에 내게 준 사과나무를 죽이기 전에 도로 갖다 주었다.

난 뭐든 죽이길 잘 한다.

내 손길을 주어야 자라는 것들은 부담스럽다.

누군가의 사랑과 관심을 지속적으로 받아야만 사는 생명들... 에고... 불쌍타.

 

 

 

 

 

 

 

재미로 듣는 현대소설론의 마지막 과제가 '쓰고싶은 것 쓰기' 다.

과연 내가 쓰고싶은 것이 무엇이었는가.

쓰지않고 못 배길 것이 있었는가. 정직하게 말하면 나는 쓰지않고도 살 것 같다.

아니, 어쩌면 더 잘 살지도 모른다.

괜한 골칫거리를 뒷통수 한 쪽에 매달고 사는 것이지.

가끔씩 일으키는 편두통의 진원지가 그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한가지에 전력투구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이것저것 걸쳐두고 다스리려니, 용량을 생각해야지.

벌써부터 과부하로 울컥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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