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2514

동백

친구 생일이라서 순성원에서 만났다. 동백이 피었다. 미혼으로 저물어 가는 친구를 보는 건 안쓰럽다. 젊을 때는 자유로움을 부러워했건만, 이제는 내가 챙겨주어야 할 혈육같은 느낌이 든다. 화려한 일본 동백보다 난 조촐한 토종 동백이 좋다. 꽃이 질때 단숨에 탁, 목을 꺽는 성질머리도 좋다. 노아시 라나, 일본산 감나무도 가을이 깊었다. 이파리를 다 떨구고 감을 익히고 있다. 까치밥도 필요없는데 ... 순성원엔 눈요깃거리가 많다. 추석에 내게 준 사과나무를 죽이기 전에 도로 갖다 주었다. 난 뭐든 죽이길 잘 한다. 내 손길을 주어야 자라는 것들은 부담스럽다. 누군가의 사랑과 관심을 지속적으로 받아야만 사는 생명들... 에고... 불쌍타. 재미로 듣는 현대소설론의 마지막 과제가 '쓰고싶은 것 쓰기' 다. 과연..

묘지의 가을

지인의 결혼식이 끝나고 후배가 낙엽 밟으러 가자한다. 후배가 자주 오는 곳이라고 한다. 자작나무가 구차하게 서있다. 북구에서 숲으로 보던 나무라서 이렇게 몇 그루 서 있는 것을 보면 영 안쓰럽다. 저 벗은 몸도 추워보이고. 내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무덤의 모습이다. 아무런 치장 없는, 저 둥근 선이 엄마의 젖무덤 같다. 그 위에 살픈 얹힌 단풍이 그만이다. 올려다본 단풍은 가을내를 물씬 풍긴다. 아주 좋은 자리에 널찍하게 자리 잡은 묘지 앞에 붙여진 팻말이다. 자손이 외국으로 갔거나... 관리가 되지 않은 호화분묘(?) 앞에서 많은 생각이 오고간다. 나는 내게 침 뱉을 무덤은 남기지 않으리라 다짐한다. 난 이미 갈 자리가 정해 있으니까. 무덤을 둘러싼 잔디 뒤로 늘푸른나무가 생경스럽다. 제각각의 색으로 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