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생일이라서 순성원에서 만났다. 동백이 피었다. 미혼으로 저물어 가는 친구를 보는 건 안쓰럽다. 젊을 때는 자유로움을 부러워했건만, 이제는 내가 챙겨주어야 할 혈육같은 느낌이 든다. 화려한 일본 동백보다 난 조촐한 토종 동백이 좋다. 꽃이 질때 단숨에 탁, 목을 꺽는 성질머리도 좋다. 노아시 라나, 일본산 감나무도 가을이 깊었다. 이파리를 다 떨구고 감을 익히고 있다. 까치밥도 필요없는데 ... 순성원엔 눈요깃거리가 많다. 추석에 내게 준 사과나무를 죽이기 전에 도로 갖다 주었다. 난 뭐든 죽이길 잘 한다. 내 손길을 주어야 자라는 것들은 부담스럽다. 누군가의 사랑과 관심을 지속적으로 받아야만 사는 생명들... 에고... 불쌍타. 재미로 듣는 현대소설론의 마지막 과제가 '쓰고싶은 것 쓰기' 다. 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