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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에 한 번 가는 그곳,

송년모임에 못 나갔는데, 모두 헤어지고 내가 나올때까지 기다리겠다는 몇몇 의리맨들 때문에 저녁을 차려드리고 나갔다. 태경이 눈을 속이고. (내가 지 엄마인줄 아는지 나만 나가면 녀석이 운다) 반가운 얼굴들과 주인이 추천하는 안주에 소주, 맥주를 마시고, 2차는 라이브카페에 갔다. 70,80 이라나, 첨 간 곳이다. 손님이 없어 썰렁하고, 시원찮은 가수를 제치고 후배가 '연극이 끝난 후'를 멋지게 불렀다. 양주 한 병을 비우고 연례행사로 가는 나이트클럽엘 갔다. 그야말로 돋대기시장같은 분위기다. 음악은 고막을 위협하고, 그곳에서 대화라는 건 불가능하다. 이미 전주가 있었던 일행은 아마도 나보다 더 취한 상태일 것이다. 올해는 취하지 못하고 넘어가는가 했다. 광란까지는 아니라도 알딸딸 취해서 귀가 얼얼한 소..

은유로서의 질병 / 수전 손택

은유로서의 질병 - 수전 손택 고대 세계를 관찰하다 보면, 흔히 질병이 신의 분노를 보여주는 도구로 묘사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신의 심판은 특정 공동체에게 향해질 수도 있었고, (『일리아드』의 제 1권을 보면, 아가멤논이 크리세스의 딸을 유괴한 테 대한 징벌로서 아폴론은 그리스 군이 역겹에 걸리게 만든다. 『외디푸스』에서는 죄를 범한 외디푸스 대왕의 존재 자체가 신성을 모둑하는 일이었기에 테베에 역병이 돈다) …… 정신은 육체를 배반하는 법이다. 1917년 9월, 카프카는 막스 브로트에게 편지를 보내면서 자신의 결핵에 관해 이렇게 언급했다. “내가 미처 알기도 전에, 내 머리와 폐가 뭔가 합의를 한 것 같다네.” 다시 말하자면, 한 사람의 육체가 자신의 감정을 배반한다고도 할 수 있겠다. 말년의 만이..

놀자, 책이랑 2009.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