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필사

풍장27 / 황동규

칠부능선 2006. 7. 12. 15:18
 

      풍장27 / 황동규

 



   내 세상 뜰 때

  

   우선 두 손과 두 발, 그리고 입을 가지고 가리.

 

   어둑해진 눈도 소중히 거풀 덮어 지니고 가리.

 

   허나 가을의 어깨를 부축하고

 

   때늦게 오는 저 밤비 소리에

 

   기울이고 있는 귀는 두고 가리.

 

   소리만 듣고도 비 맞는 가을 나무의 이름을 알아맞히는

 

   귀 그냥 두고 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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