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필사

참을 수 없을 만큼 / 황동규

칠부능선 2006. 7. 12. 15:16
 


  참을 수 없을 만큼 / 황동규



  사진은 계속 웃고 있더구나

  이 드러낸 채.

  그 동안 지탱해준 내장 더 애먹이지 않고

  예순몇 해 같이 살아준 몸 진 더 빼지 않고

  슬쩍 내뺐구나!

  이 한 곳으로 생각을 몰며

  아들 또래들이 정신없이 고스톱 치며 살아남아 있는

  방을 건너

  빈소를 나왔다.

  이팝나무가 문등(門燈)을 뒤로하고

  앞을 막았다

  온 가지에 참을 수 없을 만큼

  참을 수 없을 만큼

  하얀 밥풀을 가득 달고.

  ‘이것 더 먹고 가라!’

  이거였니.

  감각들이 몸에서 썰물처럼 빠질 때

  네 마지막으로 듣고 본 게, 참을 수 없을 만큼?

  동체(胴體)부듯 욕정이 치밀었다.


  나무 앞에서 멈칫하는 사이

  너는 환한 어둑발 속으로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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