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필사

즐거운 편지 / 황동규

칠부능선 2006. 7. 12. 15:20

 

 

    

 

즐거운 편지 / 황동규



1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

로움 속으로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보리라.



2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

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

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

고 할 것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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