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필사

기항지 1 / 황동규

칠부능선 2006. 7. 12. 15:21
 


     기항지 1 / 황동규

 

 


   걸어서 항구에 도착했다.

   길게 부는 한지(寒地)의 바람

   바다 앞의 집들을 흔들고

   긴 눈 내릴 듯

   낮게 낮게 비치는 불빛.

   지전(紙錢)에 그려진 반듯한 그림을

   주머니에 구겨넣고

   반쯤 탄 담배를 그림자처럼 꺼버리고

   조용한 마음으로

   배 있는 데로 내려간다.

   정박중의 어두운 용골들이

   모두 고개를 들고

   항구의 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어두운 하늘에는 수삼개(數三個)의 눈송이

   하늘의 새들이 따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