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필사

외할머니의 뒤안 툇마루 / 서정주

칠부능선 2006. 7. 11. 13:55

 

                외할머니의 뒤안 툇마루 / 서정주

 

 

 

 

 

   외할머니네 집 뒤안에는 장판지 두 장만큼한 먹오딧빛 툇

 

마루가 깔려 있습니다. 이 툇마루는 외할머니의 손때와 그

 

네 딸들의 손때로 날이날마다 칠해져온 것이라 하니 내 어

 

머니의 처녀 때 손때도 꽤나 많이 는 묻어 있을 것입니다

 

마는, 그러나 그것은 하도나 많이 문질러서 인제는 이미 때

 

가 아니라, 한 개의 거울로 번질번질 닦이어져 어린 내 얼굴

 

을 들이비칩니다.

 

   그래, 나는 어머니한테 꾸지람을 되게 들어 따로 어디 갈

 

곳이 없이 된 날은, 이 외할머니네 때거울 툇마루를 찾아와,

 

외할머니가 장독대 옆 뽕나무에서 따다주는 오디 열매를 약

 

으로 먹어 숨을 바로합니다. 외할머니의 얼굴과 내 얼굴이

 

나란히 비치어 있는 이 툇마루까지는 어머니도 그네 꾸지

 

람을 가지고 올 수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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