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님은
14번째 책을 내고 스스로 칠순을 자랑하기 위해 거하게 잔치를 했다고 한다. 열심히 산 자신에게 상을 주는 의미였다고.
여전히 열정적으로 수필을 가르치고 있으며, 책으로 묶어야 할 글이 4권 분량이 더 있다고 한다.
퍼내기가 무섭게 고여드는 말때문에 '다변증'이라는 불치병이 있다고 고백한다.
그로 인해 끊임없이 샘 솟는 글샘이 부럽기도 하다.
30년 간 청탁에 응하지 못한 건 한 번도 없다고 한다. 작년부터 청탁을 펑크내고 있는 나로서는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오 선배님은 내가 처음 입문할 때 관심과 사랑을 많이 주었다.
그때 받은 선물들이 아직도 남아서 문득문득 떠오르게 한다. 집으로 초대해 밥도 여러번 해 주었다.
청담동 성당의 주보에 25년간 연재하셨다니 할 말이 없다.
'처마의 낙수로 조용히 호수를 만들다' 책의 서문처럼 살아온 삶이다.
새로운 글에 대한 계획을 이야기할 때, 눈을 반짝이며 웃는 모습이 소녀같다. 70세, 한창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책을 받고 축하 밥을 사겠다고 해도 시간이 없다고 해서, 작은 화분을 하나 보냈다. 그제서야
재밌는 밥 한번 먹자고 선배님 동네로 불렀다. 오랜만에 만나도 절로 팔짱을 끼게 하는 친근감이 있다.
아뜰리에 카페인데 예약하면 점심 식사를 할 수 있단다.
주택가 아래 건물로 입구에 화분이 많이 있다. 이쁜 아가씨가 상냥하게 서빙을 한다.
구석구석 인테리어가 아기자기한 정성이 느껴진다.
테이블 위에 작은 꽃병도 예사 솜씨가 아니다.
정말 재미있는 밥상이다. 갑사 보자기에 싸여서 나온.. 보자기에서 봄 향기 물씬난다.
보자기를 푸니 쥔장이 특별하게 주문해서 만들었다는 도시락이다. 뚜껑을 여니 3단으로 되어있다.
물김치와 김을 따로 갖다준다. 소박하며 정갈한 밥상이다.
식사 후 또 도시락에 후식 1, 거피낸 팥을 묻힌 이북식 인절미다. 달지 않고 맛나다.
후식 2, 난 에스프레소, 선배님은 라떼, 거피낸 팥죽.
후식 3, 견과와 허브가 들어간 젤라또, 이것도 딱 내 취향이다.
밥은 가볍게, 후식은 거하게.... 기분좋게 배부르다.
정성스러운 세팅에 호사스러운 느낌이다.
오늘도 내가 대접하겠다고 왔건만... 선배님께 거부 ? 당하고 또 대접을 받고 왔다.
내게 부족한 에너지를 듬뿍 받고. 정신차려야지, 잠깐 다짐도 하고.
나는 후배들한테 어떤 선배인가. 이런 생각을 하니 또, 뜨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