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에 한 번 셋째오빠랑 남편이랑 셋이 만나서 하는 일이 엄마한테 가는 거다.
오빠가 아직 일을 하기때문에 주말에 만난다.
만나는 순간부터 오빠의 왕수다를 듣는 게 주된 일이다.
나는 북어포와 막걸리, 과일들을 간단히 준비한다. 가끔 오빠는 꽃을 사가지고 온다.
엄마한테 인사는 간단히 하고 오빠의 이야기는 계속된다.
오늘은 장수촌에서 장어를 먹었다. 막걸리와 잔치국수까지. 몇 달에 한번이니까 거하게 점심을 먹는다.
커피숍에서 계속 이어지는 오빠의 일대기, 아니 우리 집안의 연대기.
내가 어려서 몰랐거나 다르게 알고 있던 일들을 정확하게 증언한다.
우리집이 양조장이었다는 것만 알고 있었는데 조금 떨어진 곳에 정미소도 했단다.
할아버지의 많던 재산을 아버지와 큰아버지가 탕진하는 과정도 오빠를 통해서 들었다. 그때 나는 너무 어렸다.
아버지의 편력을 곁에서 봤더라면 난 좀 글을 잘 쓸수 있지 않을까. 아깝다. ㅎㅎ
한량 아버지 때문에 오빠 셋은 할머니 산소에서 "건실하게 살자, 아버지를 닮으면 호적에서 빼자" 결의를 했다는 대목에서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 난감한 마음으로 남편을 바라봤다.
성물 폐기소같다.
엄마네 집에는 이웃이 많이 늘었다.
언제나 주변 사람들과 잘 어울린 엄마니까 그곳에서도 잘 지내리라 믿는다.
없던 구조물도 생기고... 길도 잘 닦여 있고 주차장도 넓어졌다.
엄마, 또 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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