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사람이랑

나도 그러겠지

칠부능선 2017. 2. 21. 11:44

 

  '하고 싶은 일 다 했고, 살 만큼 다 살았으니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 하셨던 아버님.

  아침에 코피가 났다고 차병원을 가자신다. 12시 땡 점심 먹고 1시에 출발하자고 하신다.

  차병원에 가니 이비인후과는 접수 마감되었고, 가장 빠른 예약일은 3월 7일이란다.

  보름 동안 어찌 기다리느냐고 큰 병이면 그 안에 심해진다고 내과에 가시겠다고 한다. .

  세부적으로 무슨 내과를 정하고 오라는 것이다.

  다시 동네 병원 메디그린으로 왔다.

  여의사는 큰 병이 코피로 오는 경우는 없다고 잘라 말한다.

  콧속의 모세혈관이 약해진 것이라며 너무 자주, 심하게 나오면 이비인후과에서 간단한 시술을 하라고 한다.

  안 먹어도 좋은 항생제와 소염제를 3일분 받아서 왔다.

  걱정 잔뜩이던 아버님 표정은 풀어지셨다.

 

  80 이 되어가는 선배님이 70 넘어서 부터는 종합검진 할 필요가 없고, 80 넘어서 백내장이 와도 자신은 수술 안하겠다고 한 말이 생각난다.

  선배님은 아직 90이 안되어서 여유가 있는 건지...

  다가올 큰 병에 대한 불안감은 언제 끝날까.

  나야말로 종합검진을 받은 지 몇 년 안된다. 그것도 국민건강보험에서 통지가 오면 그때... 재작년에 처음으로 위내시경을 해봤다.

  의연한 죽음은 가당치 않은 건가.

  내 희망 나이는 75세다. 너무 큰 복을 바라고 있는 건가.

 

  한 달에 한 번 모이는 합평회 날이다.

  약속 시간을 아슬아슬 지키느라 차를 끌고 갔다. 교복주점에서 합평하고 그자리에서 한잔 하는 건데...

  차는 두고 갈 수도 있는 곳인데.

  따끈한 사케를 두 도꾸리 마셨지만 도무지 취하지는 않고 배만 부르다. 저녁으로 온갖 안주를 다 시켰으니...   

  오래된 노래를 푸짐하게 들으며 즐거웠지만...  알딸딸한 기분을 못 누리니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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