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상황이었으나 씩씩하게 떠났다.
내 몸 추스리는 것도, 부모님 바라보는 것도 힘들었지만, 나의 장점은 집을 떠나면 집을 잊어버리는 것이다.
애들 아기 때도 외출했을때 젖이 불으면 그제서야 부랴부랴 돌아오지않았는가.
나 보다 한 술 더 떠서 남편은 내가 떠나기 전날 북해도를 떠났다. 4박 5일이니 그나마 다행이다.
보름 만에 돌아온 집은 그대로 여전히 잘 돌아가고 있다. 아버님은 이제 약을 안드셔도 된다고 하고...
딸네가 와서 어머니한테도 다녀오고 대게 잔치를 벌이고, 냉장고를 한번 뒤집어 놓았다고 하고..
아들네는 낙지볶음과 멸치조림, 물김치를 담아다 놓았다.
일찌기 알았지만 내가 없어서 안 될 일은 하나도 없다.
다만 컴에 공인인증서 갱신 날짜가 그때라서 남편이 은행 송금을 못해서 쩔쩔매고 있다.
비밀번호를 잊어버려서... 이그... 딸이 대신 축의금, 요양비 등등 송금해주고.
내가 와서 첫 번째 한 일이 남편의 은행 공인인증서 재발급 받아주는 일이었다. 한 가지라도 아쉬운 게 있어서 다행이다.
다시 일상이다.
일거리, 놀거리들이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