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친구들과 일주일 여행을 떠났다.
집에 있다고 내가 못하는 일은 없었는데... 왜 이리 자유로움이 솟는지..
오전 내내 침대를 뜨듯하게 해 놓고, 김영하의 책 읽는 소리를 듣으며 졸며 깨며 나른한 시간을 보냈다.
종일 그러고 있으려다 일어나 나왔다.
결국 남편 심부름으로 병원 가서 그의 약을 타오고, 자동차 점검을 하러 왔다.
엔진오일과 에어컨 필터 교환을 하라고 한다. 한 시간을 기다리라고 해서 컴 앞에 앉았다.
쾌적한 휴게소 티비에서는 골프 프로를 보고 있는 두 남자가 있고, 한 남자는 조는 듯...
점검, 가끔 그것이 필요하다.
아무 이상없을 때, 무언가 삐그덕거리기 전에 정신을 추스릴 필요가 있다.
너무 뜨지 않게 슬몃 누르기도 하면서 야금야금 나아가야지.
마음으론 언제나 자유인인데 삼빡하지 못한 몸을 서글프게 바라보지 말고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지.
주말에 아버님 생신도 밖에다 예약을 했다. 어머니가 안 계시니 몇 년만의 시도다.
올해는 김장도 안 담겠다고 선언했고... 혹사한 몸을 쉬게 하리라 마음 먹었다.
안 해도 되는 일은 모두 미루고,
반드시 해야 할 일만 하고 게으르게 살아야지.
점검을 자주 하면서,
부하라의 미나렛,
고개를 직각으로 꺾어야 볼 수 있는 저 첨탑에서 사형수를 떨어뜨린단다.
요행으로, 아니 기적적으로 살아나는 사람은 다시 죽이지는 않는단다.
정염이 떠오르는 저 첨탑의 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