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인간적인 문명과 맞설 수 있는 전망 좋은 관측소의 구실을 하는 시,
게으름(느림)을 전략으로 삼았고 산책과 부사를 동원하여 지금 이 지구의 가을에
제국호텔 언저리에 광기어린 문명의 급소를 발견하기 위해 늘 깨어 있겠노라고.
그 발견 위에서 개인으로서의 인간과 뭇 생명을 옹호하겠노라고."
이문재 시인의 소월문학상 수상소감은 그야말로 나의 급소를 친다.
그 깨어있겠노라고 한 말은 일찍이 내 시작에도 있었던 말이다.
무디어진 모서리가 편안해졌는가.
둔한 내 감각은 오로지 기울지 않으려 평형감각에만 의지하고 있는가.
함부로 길을 나서 길 너머를 그리워한 죄,
자꾸 눈이 감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