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사람이랑

양평 수필사랑

칠부능선 2019. 10. 28. 23:27

 

  윤상근 선생님이 이끄는 양평 수필반에 초대되었다.

  모두 짱짱하신 분들이다.

  동인지 14집을 준비하고 있는 원로, 고수들이다. 시인, 소설가도 있다.

  7년 전 나하고 같이 한국산문문학상을 받은 옥화재 선생님도 있다.

  준비해 간 자료는 접어두고,

  소크라테스와 공자 식으로 하자고 했다.

  어르신들에게 내가 일방적으로 하는 강의보다  질문하고 답하는 형식으로.

 

  이제는 어떤 질문이나 상황을 맞아도 아는 만큼만 편하게 답할 수 있다. 

  모두들 좋은 수필에 대한 열망이 느껴지는데, 끝나고 하는 말씀들은 더욱 공부해서 써야겠다는 다짐이다.

  다행이다.

 

  <한눈팔기>를 읽은 분들이 많고 - 이곳 회원이였던 조용자 선배님이 선물로 뿌리신 듯, 

  모두 <바람, 바람>을 샀다.   

  내친 김에 <The 수필>도 소개를 했다. 아, 그런데 이 자리에 여기 수록된 윤기정 작가도 있다.

  세상은 좁다.

 

  어휘력이 약하다는 사람에게

  "백 줄 읽고 한 줄 써라" 는 안도현 시인의 '제발 책 좀 읽고 쓰라'는 말을 전했다. ㅋㅋ

  방법이 없다. 공짜는 없다. 넣은 만큼 나온다.

 

  요즘 자신의 글이 짧아진다는 사람에게

  이미 수필은 분량에서 자유로워졌다. 2.5매 부터 중편 에세이 30~40매까지. 자유롭게 쓰면 된다.

  짧은 글로도 할 말 다 할 수 있다는 예로 홍억선 선생님의 500자 수필을 소개했더니 말미에서 모두 웃었다.

 

 

  그래만 알아라

  -홍억선

 

  백수가 되었다. 꾸역꾸역 사십 년 가까이 다니던 직장에서 정년퇴직을 했다. 퇴직을 했는데도 사람들 말과는 다르게 마누라가

  잘해 준다. 늦게 일어나도 가만 두고, 늦게 들어가도 아무 말 않는다. 수고했다고 봐주는 것인지 쭈글쭈글해진 내 모습이 처량해서

  그런지 세끼 밥상도 군소리 없이 대령한다.

  오늘은 리모컨까지 두 손으로 곱게 바친다. 이러실 분이 아니다. 평소 같으면 옆에 틱 던지거나 발로 실 밀거나 하시는 분이다.

  그동안 내가 슬금슬금 떨어 먹은 것도 절대 잊지 않으시는 분이다.

  "내가 불쌍해 보이나?"

  감사와 순종의 마음으로 공손하게 여쭙자 한 마디 날라 온다.

  "지지고 볶고 살면 저 세상 가서 또 만나다 카더라."

  쌩하게 일어나면서 또 한 마디 덧붙인다.

  "그래만 알아라."

 

 

 

  오기 전에는 살짝 긴장되었지만, 가벼웁게 잘 지나갔다. 이런 다정한 분위기의 소모임이 좋다.

  저녁을 함께 먹으며 나머지 이야기도 좀 하고, 어두워서도 씽~ 하니 잘 돌아왔다. 

  나이 들어 좋은 건 이렇게 씩씩해진 거다.

 

  아, 오늘 제대로 길게 못한 이야기 중에 뇌과학에 대한 게 있다. 솔직해야 뇌가 건강하다는 것.

  적당한 스트레스는 뇌건강에 좋다는 것,

  마음의 본체가 심장이 아닌 뇌라고 하지 않는가. "이 나이에 무슨..." 이런 소리는 치매를 부르는 일이라는 것.

  뇌를 자극하기 위해서 새로운 일에 도전하라는 뇌 이야기를 다 하지는 못했다. 이런 걸 준비하는 시간도 괜찮았다.

  내게도 새로운 자극이 된 시간이다.

 

 

 

 

 

 

'놀자, 사람이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른들의 학예회  (0) 2019.11.03
'가을을 수놓다' 2019  (0) 2019.10.30
뮤지컬 - 사랑했어요   (0) 2019.10.23
서울공항 에어쇼  (0) 2019.10.21
시누이 생일  (0) 2019.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