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사람이랑

날라리 추석

칠부능선 2018. 9. 25. 21:47

 

  명절을 '노동절'이라고 칭했는데... 이번엔 그런 말하기도 민망하다.

 남편이 아들에게 선심을 썼다. 정해진 휴가가 없으니 이번 추석은 여행 가라고... 그래서 아들 며늘은 3박 괌 여행을 떠났다.

 아들 내외가 없으니 조카들도 해방이다.

 큰어머니와 큰댁 서방님, 아직 미성년의 아들, 세째집 숙부내외분... 아버님의 형제분들만 참여하는 어른들만의 추석을 지냈다.

 40년 만에 최고 간단한 추석이다.

 

 이번에 친정에도 가지 않았다.

 지지난주에 올케언니가 수술을 하고 퇴원해서 세째오빠와 친정 조카들을 만났으니 이번엔 거른다고 했다.

 추석날 오후부터 널널했다.

 

 오늘은 딸네 식구가 와서 점심 먹고 어머니한테 갔다. 집에서 5 Km 도 안 되는 거리인데, 날이 날인지라 30분 정도 걸려 산을 돌아갔다.

 왕할머니 이야기를 하고.. 아이들 기억을 불러온다.

 어머니, 어머니~~

 아, 아버님께 함께 가자고 하니 다음에 가시겠다고 한다. ㅠㅠ

 아버님의 냉정한 모습을 보면 나는 남편한테 눈총을 쏘게 된다.

 

 

 

 

 

 

 

 

 

 

 

 

 

 

 

 

 

 

 

 

 

 

 

 

 

 

 

 

 

 

한결 의젓해진 태경이

 

 

오는 길에 야탑 스벅에서 커피 한잔,

깊숙히 들어앉은 매장엔 사람들이 가득 찼다. 일찌감치 해방된 사람들이네.

 

 

아직 여릿여릿 가쁜한 시경이

 

 

아들 며늘은 괌에서 이런 사진을 보내오고...

그래, 내가 오래 전에 꿈꾸던 '명절에 해외여행'을 너희가 대신 하는구나.

이젠 그게 꿈이 아니다. 오히려 명절에는 명절답게 빡신 노동을 하고 북적북적 손님을 치뤄야 맘이 편하다.

그러고 나서 셀프 포상으로  속닥하게 여행을 떠나는 거다.

 

이렇게 썰렁한 명절을 보내도 되는 건가. 맘이 허전하네. 이것도 병이라면 병이다. 무수리 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