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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의 해먹 / 문정희

칠부능선 2012. 9. 7. 22:51

 

  예술가의 해먹

  문정희

 

 

예술가의 해먹은 혁명과 치정 사이를 부유하고 있었다

그의 해먹을 슬며시 미는 척 하며 물었다

지금 가장 하고 싶은 것은?

연애!

그거라면 그동안 많이 했잖아요

했어도 또 하고 싶은 것이 연애이지

숲 속의 가을은 불가사의한 오한을 앓고 있었다

 

그는 영원히 정충으로 말하고 있었다

생명을 만드는 벌레는 본능적으로

젊은 자궁을 향해 달려간다지

폐경을 누구보다 정확하게 식별해내는 것도 그다

관조와 한가함 사이를 부유할 시간

그의 정충은 농담처럼 아직도 허공을 노려보고 있었다

정자가 오랜만에 좀 쉴 수 있도록 내버려 두라고 했더니

흰 국화가 심오한 향기를 터뜨리며

곧 그의 영정 사진을 답변처럼 두를 거란다

숲속의 가을은 병동의 홑이불처럼 얇고 차가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