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책이랑

술 마시는 사람

칠부능선 2008. 7. 20. 14:11

 

취해서 비틀거리며 골목길을 걸어 들어가는데 개 한 마리가 짖는 것을 보았다.

나는 그때 내 혼이 몸에서 떨어져 나가 3m 정도 저 앞에 떨어진 것을 분명히 느꼈다.

그리고 개가 왼쪽 다리를 무는 것을 보았다.

재미있게 느껴져서 내 몸에게 이렇게 물었다.

"아파?  아파?"

.

.

사람은 술에도 취하고, 차에도 취하고 음식에도 취한다.

또 다른 사람에게도 취하고 자기 자신에게 취하기도 한다.

사회는 늘 새롭게 변해가는데 술 마시는 사람은 여전히 옛날과 같다. 

 

                                                             - 자핑아오의 <<흑백을 추억하다>> 중에서

 

 

 

* 어느 정도 취해야 이런 경지(?)까지 가는 걸까.

  이건 흔히 겪는 필름이 끊어지는 정도가 아니라, 유체이탈의 수준이다.

  내 혼이 나누어져 허우적대는 육신을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

  가끔 흠뻑 취하고 싶을 때가 있다.

  어제도 한 잔 했는데 취기에 빠지기 전에 배가 불러서 더 이상 못 마셨다.

  사실, 어느 정도가 되면 몸으로 흡수하는 것이 아니라 밖으로 밀어내는 느낌이 온다.

  이것이 문제다.

  그러고보면 술보다 다른 것으로 취하는 게 빠를 것 같기도 하다.

 

  '중국문단의 고독한 협객'이라는 자핑아오의 수필을 읽다보면

  전통적 관점을 고수하면서 사회와 인생을 독특하게 고찰하는 새로운 시선이 느껴진다.

  솔직하고 조용한 ... 아, 이것이 진솔... 이란 느낌.

  밖엔 폭염주의보가 내렸건 말건,

  자핑아오에 취한,

  기분 좋은 휴일이다.

 

 

 

 

Marilyn Timms





Bob Martin - Salisbury Beach


'놀자, 책이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무르강의 물결  (0) 2008.08.09
외면일기  (0) 2008.07.29
장마 중  (0) 2008.07.03
그는 장하다  (0) 2008.06.18
북콘서트  (0) 2008.0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