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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하지 않는다 / 한 강

제주 4.3에 대해 쓰는 것도 힘들었겠지만 읽는 것도 힘들었다. 책을 주로 밤에 주루룩 읽는데... 도무지 밤에 읽을 수가 없었다. 무서운 마음까지 들면서. 토욜 반포에 결혼식을 잠깐 다녀오고 내내 읽었다. 짬짬이 긴 쉼을 가지며. 오래 전, 제주에서 빈첸시오 활동하면서 만난 4.3의 기억을 떠올렸다. 그때까지도 쉬쉬하던 이야기였다. 꿈으로 시작해서 현실과 꿈이 오가는 느낌, 안개 속을 헤매는 느낌이 찐득하게 따라붙는다. 책과 놀지 못한, 불편한 독서였다. 이렇게 시작한다. * 성근 눈이 내리고 있었다. 내가 서 있는 벌판의 한쪽 끝은 야트막한 산으로 이어져 있었는데, 등성이에서부터 이편 아래쪽까지 수천 그루의 검은 통나무들이 심겨 있었다.여러 연령대의 사람들처럼 조금씩 다른 키에, 철길 침목 정도의 굵..

놀자, 책이랑 2022.07.17

글친구

최 시인의 책을 읽고 김 선생님이 폭풍 칭찬을 한다. 권 샘의 책을 읽고 최 시인이 감탄, 감탄을 한다. 전에는 최 시인이 김 선생님의 책을 사서 읽고 폭풍 칭찬하는 바람에 분당으로 식사 초대를 했었다. 그 답례 겸, 또 최 시인이 수필 팀을 초대했다. 백운호수 근처 식당들이 많이 바뀌었다. 이곳도 처음 갔는데 큰 규모에 사람이 꽉 찼다. 일찍 예약을 해 두어서 창가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최 시인과 김 선생님은 오로지 페북을 통해 알게 되었고, 그 사이에 시와 수필, 양다리를 걸치고 있는 내가 있다. 음식도 맛나게 먹었고, 최 시인의 세 가지 간증을 들은 게 오늘의 대화에 주된 내용이었다. 뜨거운 에너지, 맑은 마음이 내게도 전이되기를. 한참 식사하는데 창밖에 칠면조가 기웃거린다. ㅋㅋ 식당 윗채에 ..

별들의 시간 / 이윤학

별들의 시간 이윤학 지척에서 보았던 그 사람 얼굴을 잊고 살았다 고개를 들고 바라본 그 사람 눈동자 고운 입김으로 그 이름 부르기 위해 겨울 산 정상에서 흐흡을 가다듬었다 새벽하늘은 망설임의 통로를 헤매다 발견한 그 사람의 확대된 눈동자였다 그 사람 이름 속으로 불러보면 소멸한 은하가 다시 태어나 뜨거운 피가 돌고 설렘이 시작되었다 지금은 눈물이 번지지 않는 혹한의 시간 글썽이며 흩어진 별들의 파편을 그 사람 눈동자로 돌려주기 적당한 시기 수편의 별들이 수직의 별들로 바뀐 시간을 거슬러 그 사람에게 돌아가기 적당한 시기 이 세상에서 살기 불가능한 별들을 그 사람을 닮은 새벽별들을 그 사람의 눈동자에 파종한 적이 있었다

시 - 필사 2022.07.15

농부 / 이윤학

농부 이윤학 초등학교 졸업 후 그는 줄곧 농부였다 폐암에 걸린 지금도 그는 농부로 살아간다 스무 날이 남았다고도 한다 이제 열흘이 남았다고도 한다 그보다 더 안 남았다고도 한다 누군가 수군거리는 소리를 듣지 않는다 그는 지금도 농부여서 모자를 쓰고 토시를 낀다 장화를 신고 여름 담배밭에 들어가 담뱃잎을 따 리어카에 싣는다 그는 새카많게 말랐지만 안마당까지 리어카를 끌어다 놓을 힘은 남았다 그는 마루에 드러누웠다 일어나 안마당에 전깃불을 밝힐 것이다 담뱃잎을 엮어 비닐하우스에 널 것이다

시 - 필사 2022.07.14

시를 써봐도 모자란 당신 / 이윤학 산문집

이윤학 시인은 오래 전 로 만났다. 페북에서 신간 소개를 보고 주문했다. 천생 시인인 그의 시 밖의 삶에 맘이 착 가라앉는다. 왜 이리 짠한가. - 작가의 말 한 사내가 떠난 외동 빌라의 끝 층 픽스창, 무수한 내륙등대 불빛이 모여 있었다 지붕 밑 외벽에 둥지를 튼 제비 한 쌍이 새끼를 기르고 있었다 둥지 밑 폐 전화선에 앉아 서로 거리를 벌리다 좁히다 서로 반대 방향으로 돌아앉기를 반복한 끝에 날이 새고 있었다 오늘은 은둔형 외통이 사내가 떠난 빈집에 들어가 십 년을 살고 나왔다 책 한 권 들고 어둑해진 골목길 어깨 높이 화단 턱에 걸터앉았다 시를 써봐도 모자란 당신 곁에 앉아 언제가 불쑥 부르고픈 노래가 있었다 * 나는 지금껏 누군가를 위해 간절한 적이 없는 사람이었다. 샘물은 차오르면서 불순물을 걸..

놀자, 책이랑 2022.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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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없음 2022.07.11

음모 / 임후남

음모 임후남 방을 쓸다 음모를 만났다 한번 구부러져 다시는 펴지지 않는 인생 같은, 누구도 잡아당겨 펴주지 않는 인생 같은, 엎드려 있다 저 혼자 튀어나온 인생 같은, 근대 누구의 것인가, 저 음모는 누구를 향한 음모인가 방바닥 여기저기에서 솟아오르는, 치워도 치워도, 여기저기에서 튀어오르는 내 인생에 함부로 끼어드는 저 음모들은 당당한 음모들 사이에서 무안하기만 한데 분노조차 못하도록 길들어진 나는 주눅든 발꿈치 올려들고 방바닥을 쓸어낸다

시 - 필사 2022.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