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
이윤학
초등학교 졸업 후
그는 줄곧 농부였다
폐암에 걸린 지금도
그는 농부로 살아간다
스무 날이 남았다고도 한다
이제 열흘이 남았다고도 한다
그보다 더 안 남았다고도 한다
누군가 수군거리는 소리를 듣지 않는다
그는 지금도 농부여서
모자를 쓰고 토시를 낀다
장화를 신고 여름 담배밭에 들어가
담뱃잎을 따 리어카에 싣는다 그는
새카많게 말랐지만 안마당까지
리어카를 끌어다 놓을 힘은 남았다
그는 마루에 드러누웠다 일어나
안마당에 전깃불을 밝힐 것이다
담뱃잎을 엮어 비닐하우스에 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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