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필사

농부 / 이윤학

칠부능선 2022. 7. 14. 23:53

농부

이윤학

 

 

초등학교 졸업 후

그는 줄곧 농부였다

폐암에 걸린 지금도

그는 농부로 살아간다

스무 날이 남았다고도 한다

이제 열흘이 남았다고도 한다

그보다 더 안 남았다고도 한다

누군가 수군거리는 소리를 듣지 않는다

그는 지금도 농부여서

모자를 쓰고 토시를 낀다

장화를 신고 여름 담배밭에 들어가

담뱃잎을 따 리어카에 싣는다 그는

새카많게 말랐지만 안마당까지

리어카를 끌어다 놓을 힘은 남았다

그는 마루에 드러누웠다 일어나

안마당에 전깃불을 밝힐 것이다

담뱃잎을 엮어 비닐하우스에 널 것이다

 

 

'시 - 필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저문 별도원(別刀原)에서 / 고은  (0) 2022.08.18
별들의 시간 / 이윤학  (0) 2022.07.15
오, 가련한 / 임후남  (0) 2022.07.09
음모 / 임후남  (0) 2022.07.09
어두워지고 난 후 / 임후남  (0) 2022.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