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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기념일

그동안 결혼기념일을 잊고 살았다. 결혼1주년에 남편의 12번째 외박으로 딸이 준비한 결혼기념 이벤트에 화가 더 해서... 차라리 잊고 살기로 했다. ​ 난데없이 11월 5일, 아들이 한 턱을 내겠다고 했다. 마침 그날이 결혼기념일이다. 딸네 식구는 여행을 갔다. 서로 취향이 다른 아들들과 짝을 지었다. 색다른 여행이다. ​ ​ ​ 여행중인 딸이 보내온 꽃바구니, 집안이 꽃향기 그득하다. ​ ​ 태경이는 엄마와 해운대에서 요트를 타고 있다. ​ ​ 시경이는 아빠와 일본에서 ~ ​ ​ ​ 아들 며늘과 저녁. 아들은 사업가로 변모한 듯, 그럼에도 며늘은 남편이 '국익 우선'이라고 한다. 아들이 5년 후에 자유인이 되길 바란다는 말에 며늘이 환호한다. 남은 긴 시간 잘 지낼 계획도 ... 꿈같은 계획이다. 부디..

부소담악, 정지용 생가

11월 1일 수요일 8시, 수필반 문학기행으로 수내에서 20인 출발. 28인승 리무진은 깨끗하고 안락했다. 지인 4인도 합류했다. ​ 안성휴게소에서 소머리국밥으로 모두 아침을 든든히 먹고~ ​ ​ 부소담악, 추소성~~ ​ ​ ​ ​ ​ ​ ​ ​ ​ ​ ​ ​ ​ ​ ​ 아침에 급하게 나온 패션, 의도적? ​ ​ ​ ​ ​ 정지용 생가 가까운 곳에서 점심, 막걸리와 함께. 막걸리가 안 들어간다. ​ ​ ​ ​ ​ ​ ​ ​ ​ ​ ​ ​ ​ ​ ​ ​ ​ ​ ​ ​ ​ ​ ​ ​ 정지용 생가에서 걸어가는 거리에 육영수 생가가 있다. 비교되는 규모 ​ ​ ​ ​ ​ ​ ​ ​ ​ ​ ​ ​ ​ ​ ​ ​ 분당에 와서 저녁까지 먹고 헤어졌다. 오늘은 가벼운 발걸음은 좋았는데... 세 끼니를 다 챙겨먹는게 좀..

낯선 길에서 2023.11.04

99세 큰고모님

돌아가신 아버님의 두 살 위 누님이다. 배낭 매고 경동시장에 가서 찬거리를 사다 손수 밥을 하셨다. 90이 넘어서도 내게 고추장과 김치를 담아주셨다. 넉넉하지 않은 살림에도 인정이 많으셨다. 밥을 먹고 뵈러 가도 꼭 밥상을 차려놓으셨다. 몇 해 전 막내 아들네와 합친 후로는 모두가 나간 집을 지키고 계셨다. 숙부, 숙모님을 모시고 명철 전후에나 찾아뵈었다. 100세는 너끈히 넘으시리라 생각했다. ​ 어제 돌아가셨다. 병원에 입원한 지 3일만이라고 한다. 성묘길에 무리하게 산 위로 올라오신 게 화근이었단다. 그 전에는 침대에서 떨어져 팔도 다치셨다고 한다. 건강을 과신한 탓이다. 그럼에도 입원하고는 계속 잠만 주무셨고. 검사 받으러 갈때도 앉아서 계속 졸 지경이었단다. "왜 이리 졸려" 사흘동안 한 말씀이..

아침 그리고 저녁 / 욘 포세

참으로 독특한 형식이다. 쉼표와 '그리고' 로 연결하며 나아간다. '그리고'가 걸려서 자꾸 되돌아보게 되는 문장이다. 17쪽에 이르러 마침내 마침표를 만나고서야, 아~ 이 작가는 의도적으로 쉼표와 침묵을 버무렸구나, 하며 읽었다. 전작처럼 여전히 이어지는 반복을 만나며, 욘 포세를 '21세기의 베케트'라 한 것도 이해가 갔다. 마침표를 미루며, 수없이 반복되는 '쉼표 ,' 와 '그리고' 의 의미를 생각한다. 마침표 자리에 들어가 앉은 쉼표가 자꾸 걸린다. 이 관성의 힘은 세다. 아침 (탄생)과 저녁(죽음) 그 사이 삶은 죽은 자의 회상으로 그린다. 약간의 긴장은 있었지만 평온한 아침을 열고, 아무런 두려움 없이 맞이하는 저녁에 안도한다. 저런 삶과 죽음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 생이라는 것도. 극적인 무엇 ..

놀자, 책이랑 2023.10.24

서울둘레길 13 (8-3,4)

어제 저녁 딸네 식구가 와서 12시까지 사위와 한잔을 했다. 사위와 나눈 대화에서 요즘은 결혼을 하고 혼인신고를 안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아기를 낳을 때까지 유보하기도 하고, 아기를 한 부모 앞으로 신고하기도 한단다. 이런... 무슨 ... 뜨악한 풍조란 말인가. 물론 이런 사람이 많지는 않겠지만. 그 이유 중에 세금 문제가 있다고 하니 기가 막힌다. 태경, 시경 중간고사가 끝나고 이제 아이들 시험으로 딸네 가족의 스케줄이 결정되는 듯하다. 각설하고... 다른 때 보다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 ​ 서울둘레길을 걷기 위해 딸네 식구를 두고 나는 8시 40분에 나섰다. 사위가 판교역까지 태워다 줘서 시간이 널널했다. ​ 수필반 9인이 경복궁역에서 모였다. 오늘 걷는 길은 북한산 둘레길과 겹친다. 명상길..

낯선 길에서 2023.10.23

멜랑콜리아Ⅰ-Ⅱ / 욘 포세

욘 포세, 1959년생 노르웨이 작가, 2023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다. - ‘헨리크 입센의 재림’, ‘21세기의 사뮈엘 베케트’라는 찬사와 함께, 욘 포세는 입센 문학상, 아스케하우그 문학상, 스웨덴‧노르웨이 문학상, 윌렌달 문학상, 헤다 문학상, 노르웨이 문화 위원회상 그리고 최고의 희곡 작가에게 수여되는 네스트로이상 등을 연이어 수상한다. 2003년 프랑스 국가 공로 기사장을 받고, 영국 《데일리 텔레그래프》에서 선정한 ‘동시대 천재 100인’에 지명된다. 2014년 유럽 문학상을 수상하고,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집필에 매진한 끝에 대작 『7부(Septologien)』을 완성해 낸다. 2022년, 이 작품으로 부커상 국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고, 베를린 예술 아카데미의 명예 회원으로 추대된다. ..

놀자, 책이랑 2023.10.21

가을맞이 - 티하우스에서

남편과 둘이 후다닥 둔네 혜민씨네 다녀왔다. 그동안 가꾼 꽃밭을 이리저리 소개한다. 가을꽃이 만발했다. 내게 가져가라고 하는데 사양했다. 전에 돌단풍이랑 귀부인을 모셔왔는데... 오래 가지 못했다. 이곳에서 이렇게 만나는 게 좋다. ​ 이른 김장을 하러온 동생과, 얼마 전에 결혼한 아들 며늘까지 와서 함께 가마솥에 갖은 약초 넣은 닭백숙으로 점심을 먹고... 사과는 양지바른 쪽 나무에서 따고, 새콤달콤 꼴보다 맛이 좋다. 뒷마당에 떨어진 밤과 고냉지 배추도 몇 통 얻고... 친정 다녀온 듯 그득하게 돌아왔다. ​ 집에 오니 곧 김농부가 또 헐렁한 여주 배추와 아기 사과를 가져왔다. 또 후다닥 저녁을 해주고.... 연일... 일하는 중간중간 놀기도 되다. ​ ​ ​ ​ ​ ​ ​ ​ ​ ​ ​ ​ ​ ​ ..

붕붕 - 야단법석 / 김태헌 개인전

​ ​ ​ 탱화를 사서 그 위에 그림을 그렸다. 부처님께 놀자~~고 ​ 전시제목: 김태헌_ 붕붕-야단법석 惹端法席 전시기간: 2023년10월14일(토) ~ 10월29일(일) 전시장소: 갤러리 담 서울시 종로구 윤보선길 72 (안국동 7-1) (우)03060 Tel: 02-738-2745 E-mail: gallerydam@naver.com www.gallerydam.com Gallery hour: mon-sat noon-6pm sun noon-5pm 마지막 날은 오후 5시까지입니다. ​ ​ 전시내용 갤러리 담에서는 가을의 한 가운데에서 김태헌의 붕붕-야단법석 惹端法席이라는 주제로 기획전시를 마련하였다. 야단법석은 일찍이 석가모니 부처가 살았을 당시에 부처의 법문을 듣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의 모습을 일컬어 ..

그림 동네 2023.10.16

와디에 서다 / 강표성

인터넷 검색을 하면서 처음 알게된 작가다. 내 글이 어딘가에 소개되었는데 평을 보려면 회원가입을 해야 했다. 그게 20년도 더 지난 일이다. 그 수필 카페의 쥔장과 함께 인사동에서 만났다. 단정한 모습에 속깊은 눈빛은 글에서의 인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믿음직스러운 작가다. 변함없는 열정으로 공들인 작품에 박수를 보낸다. ​ ​ ​ * 말도 글도 눌변임을 압니다. 이 어리숙함이 성장통이라고 변명하고 싶어지는 날, 용기를 냈습니다. 연필을 깎듯 마음을 깎아 만든 글자들 말의 흰 뼈들 주섬주섬 옷을 입힙니다. 멀리멀리 날아가기를 빕니다. - '저자의 말' 중에서 ​ ​ * 혼자 서 있다. 시공간을 뛰어넘을 영혼의 그림자 하나쯤 남기게 될 그런 순간을,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존재 자체로 살아남을 화석 같은 글을..

놀자, 책이랑 2023.10.15

제천 1박 -

김농부 부부와 제천에서 1박을 했다. 한 달도 더 전에 잡아놓은 일정이다. 8시에 출발해서 청풍호 모노레일을 타고 올라갔다. 사실 나는 여러 번 와서 큰 감흥은 없다. ​ 다정한 신화백 부부를 열심히 사진 찍어주었다. ​ ​ ​ ​ 내려와서 점심을 먹고 ​ ​ ​ 숙소에 자리를 풀고, 동네 한 바퀴를 돌다. ​ ​ ​ ​ ​ ​ ​ ​ ​ 배고프지도 않은데 저녁을 또 먹고, 숙소에서 와인 한 잔~~ , 아니 석 잔. 신화백이 자연스럽게 김선인 선생님의 안부를 묻는다. 그만큼 내가 이야기를 많이 했나보다. 내 주변 사람들이 다 함께 추억하며 애도할 것이다. ​ ​ 숙소에 아침을 신청해두었다. 북어국에 가자미찜, 나물들... 깔끔하고 맛있었다. 가볍지 않은 '산책로'를 걷고, 퇴실. ​ ​ 오래 전 함께 갔..

낯선 길에서 2023.1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