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사람이랑 898

배운다

어제 거실에 앉아 마늘을 까다가 남편에게 부엌에서 대접을 하나 갖다 달라고 했다. 이 아자씨가 접시를 가져온다. 그거 말고 국 담아 먹는 그릇, 그러니까 이번엔 밥공기를 가져온다. 내참... 그릇이 다 그게그거 같다나... 며느리 한테 어제 일을 얘기하며 시아버지 흉을 보니 "아유 귀여우셔라" 이러는 거다. "오빠는요. 제가 밖에서 빨래 좀 널어달라고 하니까 세탁기에서 꺼내서 털지도 않고 척척 걸쳐놓은 거 있죠. 어찌나 귀여운지. " 내참... 우리 며느리는 '귀엽다'는 말 뜻을 제대로 알고 쓰는 건지 의심스럽다. "오빠는요~ " 이러면서 시작하는 제 남편 자랑은 듣기만 해도 흐믓하다. 이처럼 짜증내야할 일 조차도 귀엽다며 자랑(?)을 하니... 아직도 며느리 눈엔 콩깍지가 안 벗겨진 게다. 난 어머니한..

정치하지 마라

3주 만에 아들이 왔다. 신문에 나지않은 국회의사당 안의 소식을 듣는다. 주말도 없이 출근하고 밤을 새웠단다. 악법은 다음 선거에 국민의 심판을 받으면 되는데, 왠 난리인지....혀를 차는 내 말에. 국민의 눈과 귀를 막아놓으면 제대로 판단할 수가 없기 때문이란다. 결국은 몸싸움으로까지 막아야 한다는 쪽도, 무조건 밀어붙어야 한다는 쪽도 모두 국민의 의식을 믿지 못하는 처사인 것이다. 같은 방 보좌관은 다리가 부러지고, 민주당 어느 보좌관은 얼굴을 40 바늘 꿰맸단다. 깡패가 따로 없다. 우리 국민들, 은근과 끈기의 올곧은 선비기질은 어디 갔는가. 국민 노릇도 어려운데,... 행여라도 너는 정치하지 마라.......많은 부모들이 했을 말을 나도 한다. 와중에도 내 컴에 영화를 잔뜩 넣어놓고 갔다.

순성원

중딩때 친구 순성이는 일찍이 꽃꽂이 사범이 되었다. 전시회를 으리으리하게 하던.. 그러던 친구가 10여 년 전부터는 야생화와 분재에 푹 빠졌다. 양재동에 공동하우스를 빌려서 수를 늘이더니 급기야 하우스 하나를 통째로 얻었다. 것두 우리집에서 가까운 도천지구에. 오늘은 묵은 친구인 미숙이 정순이랑 그곳에서 만났다. (아, 이름들 보니 시대상이 나오누만.) 나보고 하우스에 이름을 붙여 달라는데, 그냥 소박하게(?) 순성이의 화원이라는 뜻으로 이라 부르자고 했다. 너무 쉽게 정했나.ㅎㅎ 겨울남천 대나무 숲을 연상한다. 내 맘대루.. 석류나무 저기에 주먹만한 석류가 매달린다. 앞쪽은 비비추 여러가지, 뒤쪽은 철쭉 분재. 요건 복잡해서리... 철쭉분재, 사스끼라고 한다나.... 꽃 필 때 장관이었는디. 앵두 내가..

글짓기대회

졸지에 대타로 글짓기대회 심사위원이 되었다. 요즘도 야외에서 그런 행사를 하고, 또 그곳에 초,중,고 학생들과 일반인이 300여명 참석했다는 것이 참 놀라웠다. 원고지 나눠주고 90분의 시간을 준다. 현장에서 마감한 것을 문화원에 가져와 즉석 심사를 한다. 초등생 글 중에는 아예 따라 온 엄마가 써 준 글, 고딩 글에는 핸드폰으로 검색을 했는지 구체적 자료를 제시하면서 엮은 글, 백일장은 현장에서 제시해 준 제목으로 써야하는 기본을 무시하고 엉뚱한 제목으로 써 낸 글... 참으로 가지가지다. 운문부 3명, 산문부 3명의 심사위원이 나누어 읽고, 각 부분에 10명 씩, 순위를 가린다. 장원 1명, 차상 2명, 차하 3명, 장려 4명. 총 수상자가 67명, 상금은 300여 만원.......참 풍성하게도 준다..

뒤숭숭

정년을 1년 앞 둔 남편에게 에서 2년간 근무할 기회가 왔다. 부모님때문에 한참을 고민하다가 저녁 식사때 나와 함께 가야한다고 이야기하니, 아버님께선 반색을 하며 가라고 한다. 병원 갈 일 있을 때는 택시를 불러서 가겠노라고. 걱정 말고 가라고 한다. 어머니는.......그럼 그래야지. 영 찜찜하다. 아들한테 말하니까 뛸 듯이 좋아하며 아빠가 할아버지 할머니가 그렇게 걱정되면 2년 동안 저희집에서 모시겠다고 한다. 2년인데 뭐. 그러면서 휴양 삼아 다녀오란다. 아버님께 전하니 "신혼부부하고는 같이 안 산다"고 하신다. 바로 다음 날 며느리한테 전화를 했다. 혹시 부부싸움이나 안했을까 궁금했다. 갑자기 할아버지 할머니를 모시자고 했으면. "매일 전화하고, 자주 가서 봐드릴께요. 다녀오세요." 여전히 상냥한..

소설의 매력

재미로 하는 학교에서 단편소설을 쓰는 과제가 있었다. 소설이란 박학다식하고 잡스러워야 한다고, 그리고 현장 취재를 많이 해야한다고 했던가. 무엇이든 읽는 건 즐겁지만 써야한다고 생각하니 머리가 무겁다. 그래, 장학금에 욕심내지 않으면 그만이지. 하고 마음을 비웠는데 토요일 저녁, 주말의 명화를 보고나니 2시가 다 되었다. 숙제를 안 하면 학교에 못 가는 줄 알았던 내 고지식함(?)이 문제다. 일단 썼다. 고개를 드니 밖이 훤해졌다. 우선 소설의 주인공은 익숙한 일인칭 화자로 는 50세의 미혼이다. 공직생활을 했고 10년 전 명예 퇴직을 하고 연금으로 근근히 살아간다. 지금은 성가병원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늙고 병든 부모님 - 편협한 엄마와 고집불통 아버지를 모시면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깔고, 내가 ..

어머니는 여전히 <여자>

어머니는 여전하시다. 일상이라는 것이 집안에서 지팡이 짚고 살살 걸어다니는 것, 화장실 혼자 가기. 식탁에 나와 식사하는 것, 챙겨놓은 간식 드시는 것, 정도다. 인간이 참 간사한 것이 화장실도 못 갈 때를 생각하면 다 나은 건데. 이젠 스스로 씻지 못하는 것을 문제라 한다. 동서가 왔다. 머리를 자르고 싶다고 하셔서. 동서는 미용기술을 배워서 아이들 어릴때 직접 잘라주었었다. 병원에서부터 세번째다. 병중 생활 6개월이 넘고 보니 염색하던 머리가 은발이 되었다. 며칠 전부터 염색을 하고 싶다고 하셨다. 갈색으로. 머리를 자른 후에 원하시는 염색을 해 드렸다. 자른 것도 맘에 들고 색깔도 맘에 꼭 드신단다. 그런데 저녁에 퇴근한 어머니의 아들이 야단이다. 염색은 눈에 나쁘고, 80 이 넘었으면 은발이 더 ..

지렁이 울음 소리

지렁이의 울음소리를 들어보셨나요. 저는 아직 못 들었습니다. 며칠 전 김용택시인에게 들은 이야기입니다. 지렁이 울음 소리가 어찌나 낭낭하던지, 어떤 모임에서 그 이야기를 했더니 모두 안 믿더랍니다. 평생 기죽을 일 없는 그는 증명해 보일 방법이 없어서 기가 죽어서 돌아왔답니다. 집에 와서 엄니께 지렁이 우는 소리 들었냐니까. 이 이야기를 해 주셨답니다. '옛날에는 지렁이는 눈이 있고 가재는 눈이 없었대요. 그래서 늘 지렁이가 가재에게 눈이 있으면 얼마나 좋은가 자랑했답니다. 부러운 가재는 지렁이에게 한번만 눈알을 빌려달라고 했대요. 지렁이는 가재가 너무 조르자 딱 한번만 잠깐만 보라고 눈알을 빌려주었대요. 급하게 눈알을 달아본 가재는 너무 좋아서 눈알을 덜렁거리며 단 채로 뒷걸음쳐서 도망쳐버렸대요. 지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