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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안녕

80세 세째 오빠가 돌아가셨다. 오빠도 엄마처럼 잠결에 생을 놓았다. 지난 겨울부터 조짐은 있었다. 통화를 못하게 된 게 보름 남짓이다. 단호한 오빠의 죽음에 나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8월 10일, 한강의 노벨문학상에 기뻐서 잠을 설쳤는데, 바로 다음날8월 11일, 이후 슬퍼서, 불쌍해서, 안타까워서 잠을 못잤다. 8월 13일 오빠는 흙으로 돌아갔다. 뼛가루를 항아리에 담아 납골당에 두는 게 참 마음에 안 들었는데... 조촐하게 잔디 아래서 흙과 한 몸이 되었다. ​군대에서도 일기를 쓰던 오빠는 얼마나 많은 흔적을 남겼을까. 그 반듯한 필체가 어른거린다. ​며늘은 나를 픽업해서 장지에 갔다.헤어질때 딸이 쿠키세트를 나눠줬다. 슬플땐 달달한게 위로가 된다고.이런 마음씀씀이들... 더 슬프다.그리고 고맙다...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

세상에나 이런 경사가~~ 작가들의 톡방에 실시간 중계부터 난리가 났다. 아니, 잔치가 벌어졌다.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받았어요~~~." 노벨문학상의 키워드가 '시대정신'이라는 걸 거듭 확인한다. 시대의 아픔을 피하지 않고, 천착하여 고통의 문장을 풀어놓았다.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고독한 글쓰기를 했던 꿋꿋한 작가다. 고맙고 장하다. 한강 작가. ​​Announcement of the 2024 Nobel Prize in Literature (youtube.com)Announcement of the 2024 Nobel Prize in Literaturehe Nobel Prize in Literature for 2024 is awarded to the South Korean author Han Kang, “..

하얀 원피스 하나 갖는 일 / 김범송

김범송 선생의 9년만에 낸 두 번째 수필집이다. 오래 못 만난 선생을 만난 듯 반갑다. 선생과 오래전 추억이 떠오른다. 인사동에서 박 선생과 가끔 만나고 집에 초대받아 거하게 먹고 맛난 음식을 싸준 기억도 있다. 넉넉하고 다감한 품성이다. 글에 대한 열정도 꾸준하시다. 만사에 감사하는 마음이 믿음직스럽다. 종부로서 대를 잇지 못한 죄가 백 년의 침묵으로 잦아든다는 마음과 딸이 주는 선물이나 용돈을 서서받는 기분이라는 마음에서 시대차를 느낀다. 요즘은 딸이 가정을 이끄는 주역이며, 결혼은 선택이고, 출산도 의무가 아닌 세상이다. 변하는 세태에 휘둘리지 않는 꼿꼿한 모습이 그려진다. 완고하기보다 유머를 장착하는 여유도 있다. 은 끝내 까지 갔다. 성공이다. 잘 살아오신 시간과, 잘 살고 계신 나날에 경의를..

놀자, 책이랑 2024.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