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필사

의자 / 이정록

칠부능선 2006. 9. 15. 15:55

 

 

     의자  /  이정록

 

 

 

  병원에 갈 채비를 하며

  어머니께서

  한 소식 던지신다

 

  허리가 아프니까

  세상이 다 의자로 보여야

  꽃도 열매도, 그게 다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이여

 

  주말엔

  아버지 산소 좀 다녀와라

  그래도 큰애 네가

  아버지한테는 좋은 의자 아녔냐

 

  이따가 침 맞고 와서는

  참외밭에 지푸라기도 깔고

  호박에 똬리도 받쳐야겠다

  그것들도 식군데 의자를 내줘야지

 

  싸우지 말고 살아라

  결혼하고 애 낳고 사는 게 별거냐

  그늘 좋고 풍경 좋은 데다가

  의자 몇 개 내놓는 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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