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의 장례식 / 김명인
장례에 모인 사람들 저마다 섬 하나를
떠메고 왔다, 뭍으로 닿는 순간
바람에 벗겨지는 연기를 보고 장례식이
이미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만
우리에게 장례말고 더 큰 축제가
일찍이 있었던가
녹아서 짓밟히고 버려져서
낮은 곳으로 모이는 억만 년도 더 된 손금들,
누구나 바닷물이 소금으로 떠다닌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죽음은 연둣빛 흐린 물결로 네 몸 속에서도 출렁거리고 있다
썩지 않는다면, 슬픔의 방부제 다하지 않는다면
소금 위에 반짝이는 저 노을 보아라
죽음은 때로 섬을 집어삼키려 파도 치며 밀려온다
석 자 세 치 물고기들 섬 가까이
배회할 것이다, 물밑을
아는 사람은 우리 중 아무도 없다
물 속으로 가라앉는 사자의 어록을 들추려고
더 이상 애쓰지 말자, 다만 해안선 가득 부서지는
황홀한 파도의 띠를 두르고
서천 저편으로 옮겨진다는, 질펀한
석양으로 깎여서 천천히 비워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