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 족 / 김명인
그 작은 연못에서 그가 실족했으리라곤
누구도 믿지 않았다. 사체는
부패한 채 며칠 만에 떠올랐다
등에 거적때기를 대고 누워 노인은 이제 아무것도
버틸 것이 없다는 듯 검게 팬 눈으로
구름의 흰자위를 뿌옇게 걷어올리고 있다
평생을 힘들게 살아온 듯 거칠게 접힌
얼굴이며 목덜미의 주름,
조야한 음식이 간단없이 드나들었을 반쯤 벌린 저 입,
몇 만 톤의 공기를 오염시켰을 그의 숨쉬기가 멈춘
코에서는 뜨물 같은 체액이 흘러
입가 꺼칠한 수염을 적셔놓았다
마지막 외로움이 비어져나오는지 컴컴한 목구멍으로부터
헛것인 한숨이 희미하게 흩어진다
왜 그런지 스산하게 주먹을 쥐고 있지만
기운이 다 빠져나가버린 손, 어딘가 살고 있을 가족에게
알려한 한다고 또 누군가 죽음은
연고가 필요없다고 다 끝난 것이라고,
평소보다 배나 깨끗하게 닦였을 맨발
위로 그가 헛딛지 않고 걸어갈
하늘 길이 팅팅 불은 채 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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