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비 / 김명인
너울을 뒤집어쓴 늙은 호박잎새 위로
흰나비 한 마리 날아간다
9월 언저리에 남을까, 시월로 건너갈까
머룸 자리 마땅찮을 때 저 나비
섬약한 더듬일 펼쳐 한참이나 없는
경계 더듬거린다
반짝이는 파편의 빛들이 잎새 공간을 비워내지만
모든 잎들은 여름의 길이었으므로
햇빛 한 가닥도 나비에겐 이미
가볍지 않다
나비는, 담장 밖 좁은 공터도 한치 부력으로는
숨이 차다, 날개에 얹히는
햇살 무늬 지우며 팔랑팔랑
어느새 삭은 나비가 난다, 흰빛 더 바스라지는
세 시에서 네 시 사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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