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책이랑

모든 빗방울의 이름을 알았다 / 파리 리뷰

칠부능선 2025. 1. 10. 23:33

'새로운 글쓰기에 도전하는 문학 실험실' 편집자의 말이다.

15편의 단편소설이다.

기발하다 못해 기이한 발상에 고개를 갸웃거린 작품이 많다.

15인의 추천 작가가 쓴 작품평이 있다. 무릎을 치게 하는 구절을 자주 만난다.

특히 마지막 작품. <스톡홀름행 야간비행>을 읽고 속이 울렁거린다. 이런 미친, 상상력이라니.

한참 전에 사두고 야금야금 ~

속시끄러울 때 푹 빠져들고 싶은데 만만치는 않다.

단숨에 읽혀지지 않는, 뭔가 궁금해지는, 이럴 수 있나, 이건 아닌데...

이런저런 의문이 꼬리를 잇는다. 이건 픽션을 논픽션으로 읽은 내 습성때문이다.

두꺼운 책 읽을 때 요긴하게 쓰이는 책누름이, 며늘의 선물이다. 별 게 다 있다.

* 노스텔지어는 구체적이고 세밀한 감각이 쌓일 때 생긴다. 다시 말해 작가들의 진부한 문구인 "말로 하지 말고 보여주라"를 따를 때 가능하다. (209)

* 보르헤스는 자신을 푸네스와는 반대되는 불완전하고 열등한 인물로 설정함으로써 '끊임없는' 망각이 생각과 언어와 문학을 위해, 그저 인간이 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함을 암시한다. (295쪽)

<거짓말하는 사람들>을 쓴, 노먼 러시의 특이한 이력.

1933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나 오클랜드에서 성장했다. 1950년 한국전쟁 때 양심적 병역 거부를 선언해 2년 징역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15년 동안 서적상으로 일하다가 교사로 학생들을 가르치며 글을 쓰기 시작했다. 첫 소설 <백인들>로 1987년 퓰리처상 최종후보에 올랐고, <짝짓기>로 1991년 전미도서상을 받았다.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을 읽으며 나는 <개소리에 대하여>가 떠올랐다.

* '잭은 자기 사무실을 좋아했고 자기 사무실을 좋아해도 괜찮았다.' 로 시작해서

'아버지의 바보 같은 장인 정신에서 겨우 벗어났는데, 여기 형이 나타났다. 지독하게 가난하지만 어쨌든 꽤 흥미로운 형이, 절대 안 된다. 그런일을 겪지는 않을 것이다.

그는 분노를 사용할 것이다.' (397쪽)

로 끝냈다.

<스톡홀름행 야간비행> 델러스 위브

* "게이브, 1978년 1월 13일 금요일인 내일이면 나도 예순여섯 살이 되고, 평생 소설을 써왔지만 어떤 곳에서도 단 한 글자도 출판해주지 않았어요. <파리 리뷰>에 내 소설이 실릴 수만 있다면 내 왼손 새끼손가락을 줄 거예요." (440쪽)

* 1985년 2월 10일: 두 눈. 델라웨이주 시스턴의 빌리블라인드에게. '기타 등등'과 접미사 '-식'을 사용하지 말것, '-로서'는 정확하게 사용할 것, 서사에 수사적 질문을 쓰지 말 것. 도입부에 대화를 쓰지 말 것. 회상 장면 금지. 묘사에 모든 감각을 포함할 것. 원고에 고름 묻히지 말 것. 2부작 장편소설 <사마엘>. 갈색 작은 판형, 빨간색, 초록색, 푸른색 표지. 노벨상 수상. 완료. (447쪽)

* 나는 상상할 수 있다. 무릎 옆에 조그만 검은 리본이 달린 검은색 니커 바지를 입은 수행원들이 박수 소리가 요란한 무대로 나를 옮겨줄 것이다. 나이 든 검은 왕이 두꺼운 안경 너머로 실눈을 뜨고 손잡이가 두 개 달리고 흰색 캐넌 시트가 깔린 고리버들 바구니 안을 들여다볼 것이다. 내 윗입술 위로 콧물이 새기 시작하면 나는 왕에게 그의 말을 똑똑히 들을 수 있게 얕은 내 귀에서 귀지를 좀 빼달라고 부탁할 것이다. (4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