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한필애
오늘도 먹이 사냥에 나서는 우리 집 수렵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날마다 내딛는 걸음
어느새 뒤꿈치 다 닳았네
젊어 호기롭던 시절
이 산등 저 골짝 핑핑 날 적에도
까투리 장끼는 키를 넘어 날았지
더 넓은 사냥터 사우디아라비아
메마른 사막 쏟아지는 햇살 속에서
빗맞은 화살처럼 날아가 꽂히곤 하였지
돌부리에 넘어지고
또 절뚝거리며
먹이를 나른 수렵의 세월
너와집 굴피같은 거친 손으로
활을 만지작거리며 중얼중얼
이제 연장이 너무 낡았군, 하는데
수십 년 사냥질에
대호 한 마리 메고 온 적 없지만
저 사냥꾼
가슴을 늘 아리게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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