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사람이랑

류시원의 엔딩 파티

칠부능선 2016. 6. 3. 13:55

 

     어제는 책이 나오는 날이라서  20여일만에 수필반에 첫 외출을 잠깐 하고,

     오늘 두번째 외출이다. 모두 고마운 후배들이 픽업을 해주었다. ^^

 

     김상분 선생님이 20년을 가꾼 류시원을 정부에서 접수했다고 한다.

     이 일대를 대규모로 개발을 한다고. 근처 식당들도 모두 헐리고 ..

     선생님이 키운 나무들은 노을공원에 기증을 해서 대부분 그리로 옮겨 갔고,

     운반이 어려운 왕벚나무들만 남아있다.

     옥잠화가 만발할 때 달빛 아래 지젤의 발레를 떠올리며 먹던 저녁,

     후배들과 잔뜩 가서 매실을 따던 낮도...   

     한가롭게 차를 마시고 비오는 근처 공원을 걷던 일도...

     모두 고운 추억으로 남았다.

       

 

 

 

얘들을 내가 그렇게 못살게 굴었구나... 무성한 풀밭이 되었어도 나름 아름답다.

 

 

 

안쪽에 무성했던 나무들은 다 이사갔다.

 

 

 

 

 

                                                                        

                                                      왕벚나무의 버찌를 처음 맛봤다. 달콤 쌉쌀~.

 

 

 

 

몇 년 전 류시원의 첫 방문 멤버가 엔딩 파티를 함께 했다.

내가 밥을 사겠다고 사전 통보까지 했는데 선생님께서 도시락을 준비해 오셨다. 아고.. 황송.

왕벚나무 그늘에 자리를 펴고 류시원의 마지막 만찬을 했다. 정갈한 식탁보와 손수 담으신 매실주도 준비하셨다.

 언제나 단아한 모습이었는데 오늘도 엔딩 파티답게 곱게 차리셨다. 배워야 할 모습이다. ㅎㅎ 

저 꽃무늬 냅킨은 길에서 노인이 팔고 있어서 샀다며, 저런 걸 좋아하는 게 노인의 특징이라며 웃으신다.

 

점심을 먹으며 선생님이 좋아하는 6월에, <유월> 이라는 이상국 시를 낭송하시고,

 

유월

이상국

 

내가 아는 유월은

오월과 칠월 사이에 숨어 지내는데 사람들은 잘 모르고 그냥 지나간다.

유월에는 보라색 칡꽃이 손톱만하게 피고 은어들도 강물에 집을 짓는다.

허공은 하늘로 가득해서 더 올라가 구름은 치자꽃보다 희다.

물소리가 종일 심심해서 제 이름을 부르며 산을 내려오고

세상이 새 둥지인양 오목하고 조용하니까

나는 또 빈집처럼 살고 싶어서...

 

 

 

테이블보에 저 '악마의 눈',  입을 다물지 못하던 ~~ 카파도키아의 일몰이 떠오른다.

 

 

 

                                           

 

 

 

나는 아직 목보호대를 두르고...

ㄱ님은 토닉을 데리고 왔다. 덩치는 커도 아직 아기다. 순하고 근사하게 컸다.

 

 

 

이렇게 사랑을 받으니... 귀족 견님이다. 어린데도 품위가 있어보인다.

 

 

 

또 오래전에 사랑받던, 지금도 사랑을 받고 있는 류시원 견님의 무덤.

 

 

 

 

옥잠화와 바위취, 맥문동을 캐주신다.  오래오래 생각하라고...

내게는 아예 바위취를 화분에 담아주셨다.

류시원의 좋은 날들이 모두의 가슴에 오래 기억되기를...

 

 

 

바위취, 혹은 雪夏라고도 하는 야생화, 이 꽃잎의 파격, 언발란스. 여름의 눈이라니... 이름도 기막히다.

이래서 '자세히 보아야 이쁘다. 오래 보야야 이쁘다'.. 이쁘다 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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