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닷새 전, 음력 12월 25일이 어머니 생신이다. 가장 추운 때인데 올해는 그리 춥지는 않았다.
수욜이라서 오후에 가기로 하고 나왔는데 호출이 왔다. 온양 외삼촌이 오셨다고.
부랴부랴 집에 와서 미역국과 간단히 준비한 음식을 싸가지고 외삼촌과 미금에서 조카를 태우고 어머니께 갔다.
어머니는 동생도 잘 알아보시고 좋아하신다. 우실까봐 걱정했던건 기우였다.
동문서답을 하며 웃기도 하며... 크게 치르던 어머니 생신이 간단히 지나갔다.
아들과 며느리는 설 전날 와서 잤다.
설날, 세째 숙부님 가족이 안오셨다. 조카딸들도 지각이라 헐렁해서 이렇게 사진 찍는 여유가 있었다.
90세가 되는 아버님의 덕담을 들으며 떡국으로 아침.
여자들은 오미자 술을 한두 잔 마시고, 남자들은 정종으로... 모두들 운전한다고 술을 많이 안 마신다.
차와 다과를 하고 잠시 놀다 우르르 어머니께 갔다.
어머니가 안계셔도 명절은 이리 치뤄지고.. 오히려 내 맘대로 간단히.
이번에는 처음으로 전을 부치지 않았다. 만두도 주문 하고.
두 가지를 안하니 한결 수월하다.
아, 모두 모여있는데 부산 요양병원에 계신 시이모님이 돌아가셨다는 연락이 왔다. 어머니의 동생이다.
가는 건 차례가 없다는 말이 맞다. 문상은 내일 가는 걸로 하고. 내일 동서네 내려가는 시간에 함께 잡으니 KTX표가 1장뿐이라고 한다.
남편만 가는 걸로.. . 히~~ 야,
아침부터 서둘렀더니 3시경 되니 끝났다.
오랜만에 아들, 며느리와 함께 친정에 갔다.
친정에도 세째 오빠와 조카들이 모두 모였다. 막내 조카의 막내 아들이 대학을 들어갔다니.. 난 완전 할머니다.
설날 바로 친정행까지 마치기는 처음이다.
이 번잡스러움을 내가 힘들다고 하면 남편은 당장 그만두라고 한다. 그의 고단수 처세때문이기도 하지만 나도 내가 이 짓을 안한다고 편할 것 같지는 않다. 아버님은 둘째시고 모두 각자 집에서 명절을 쇠어도 그만이다. 큰댁도 큰어머니 연로하셔서 이 노역을 벗어나신지 몇 해 안된다. 동서네도 모두 결혼시켰으니 자기들끼리만 모여도 상당하다. 앞으로 아기까지 생길 것이니.
그러나 시부모님이 살아계신 동안은 모두들 인사를 올테니... 손님은 어차피 내 몫이다.
몇 해가 될지는 모르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동안은 즐겁게 하리라 마음 먹는다.
친정 올케언니가 시부모 다 돌아가셔도 시누이, 시동생 챙기며 손님치르고 있는 걸 보면 나도 내 생 끝날 때까지 해야 할 일인지도 모른다.
나는 내 식으로 간단히 했지만 언니는 전이며 음식을 잔뜩해서 싸주기까지 한다.
오늘은 딸네 식구가 왔다. 아들네도 등산일정이 취소되었다고 강아지를 데려오고,
어제 상과 비슷하지만 오늘은 콩나물 북어국과 밥으로. 다른 때는 딸네가 자고 가는데 엄마 쉬라며 간단다. 센스~ 있음.
아빠를 서울역에 태워주느라 일찍 일어났다.
남편은 부산 가서 문상하고 대마도까지 다녀온단다. 마침 친구들과 대마도 여행이 잡혀있었다.
갑자기 긴 휴가를 받은 이 자유로운 느낌은 뭐지.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