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만에 연락이 왔다.
71세, 그 분이 돌아가셨다고.
5개월간 희귀병을 앓으셨단다.
아들과 딸이 결혼했고 손자, 손녀도 봤다.
없는 집 장남으로 최선을 다하며 살았다.
직장에서도 일이 많고 힘든 자리에만 있었다.
좋은 사람,
이 시대의 마지막 선비가 아닐까 생각한다.
너무 힘들었을 이 세상 나들이에서 비로소 풀려났다.
단정하고 깔끔한 성격
훤칠한 키에 선한 얼굴을 그려본다.
하늘나라에서 안녕하시길.
다음 생이 있다면 마음대로 사시길.
하고 싶은 일을 다 했다고 당장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하시던 아버님,
아버님이 이 말씀 하신 게 70세쯤 부터다. 지금 90세다. 요즘은 이런 말씀도 안 하신다.
신문에 난 기사에 100세 이상 사는 분들의 특징이 아버님과 같다고 하니 씨~익 웃으신다.
매일 자전거 운동을 하고, 규칙적인 식사와 몸에 좋은 음식만 가려서 드신다.
나 역시 아버님 같은 길을 걷지 않을까 불길한 예감이 든다.
남편이 꼭 가야할 자리인데 아침에 중국여행을 가서 나 혼자 가고, 밤에는 아들과 며느리가 다녀왔다.
아이들 초등학교때 제주에서 옆집에 살았다. 문 열어 놓고 지낸 이웃이다.
그곳 사택에서 나란히 살던 지인도 만났다. 고향 친척을 만난듯 반가웠다.
직접 만들었다는 연근차, 우엉차와 스님께 선물받았다는 보이차를 건넨다. 이 살가움...
난 그냥 갔는데...
다정한 사람들과 자연에 가깝게 살던, 제주생활이 급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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