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사람이랑

밤 산책

칠부능선 2016. 3. 16. 23:48

 

오랜만에 탄천을 걸었다.

맨날 걷던 방향으로 걷는다. 무의식의 행위다.

지난번 친구 전시에서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이 모두 내게 한결같다고 한다.

한결같음, 참 지루한 말이다.

그래 다음엔 의식을 깨워 다른 길을 걸어야겠다.

아무 생각없음, 이것이 무의식인줄 알았는데 비합리적인 정신의 힘이 무의식이라고 한다.

 

젊은이들은 이어폰을 꽂고 뛴다.

아자씨들은 멈춰서서 아이폰을 작동하고 있다.

이 밤에 수건으로 얼굴을 가리고 걷는 사람은 뭔가,

작은 개 두 마리를 앞세우고 걷는 여자,

건너편 자전거도로에서 신나는 음악소리를 흘리며 자전거가 지나간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봄 밤,

아직 꽃들은 움츠리고 있지만 난 마음을 열어젖혔다.

교회의 십자가를 보며 성호를 긋는 남자를 생각했다.

죄 짓지 말자, 아니 죄를 가벼이 여기는 은총을 주십사 빌자.

이제 시작이다. 널널한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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