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에 나가니 그윽한 향이 난다. 방치된 화분에 난꽃이 피었다.
난 화분들은 꽃이 지면 베란다에 내놓고 가끔 물을 준다. 비리비리 저 홀로 자라고 있다.
내 게으름의 현장이다.
토욜이 남편 생일이라서 아들네는 점심에 잠깐 다녀가고 딸네는 저녁에 와서 자고 갔다.
일요일 오전에 태경이 시경이를 데리고 남편이 탄천 산책을 갔다. 태경이가 날이 흐리다고 우산 가져가자고 하니까 남편이 그냥 나간다.
탄천에서 비를 만났는데 태경이가 제 잠바를 벗어 주며 할아버지 머리에 쓰라고 했단다.
내 참~~~
까칠한 태경이, 태경이도 속으로 익어가고 있다.
할아버지 인생도 성공이네, 하며 남편을 추켜주었다.
모두 저 홀로 자라고 익어가는 것이다. 누가 눈길을 주든 안 주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