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와 같은 해가 떴지만 우리는 새 해, 라며 덕담을 나누고 새로운 결심을 하고 마음을 다잡는다.
어머니가 안 계신 집안은 뭔가 허전하다. 일이 줄어서 좋지 않느냐고도 하지만 일이 준 만큼 의욕이 떨어졌다고 할까.
요양원에 잘 적응하고 계셔서 다행이지만... 돌아서는 마음은 늘 무겁다.
그곳에 있는 분들을 보면서 드는 생각은 서글픔이다. 사는 게 왜 이리 구차한가. 아니 늙음이 구차한 것인지도.
새해 첫 일이 친구 문병이다.
싱글인 친구라서 더 마음이 쓰인다. 크리스마스 날 만나기로 했는데 넘어져서 입원해 있다.
심한 타박상과 이가 4개 부서졌다. 그것도 뿌리는 괜찮다 하고 뼈에 금이 간 곳은 없다고 한다.
불행 중 다행이라며 서로 위로했다.
또 다시 늙음의 구차함이다. 젊었을때 넘어졌다고 입원까지 했던가. 그저 얼른 일어나 부끄러움을 수습하는 게 먼저였지.
친구는 누운 채로 있다가 경찰이 와서 일으켜 병원으로 왔다고 한다.
친구에게 일어난 일은 곧 나의 일이기도 하다.
늙었음을 자각해야하는 시간이다.
늙음을 피부로 느끼지 못할 때, 늙음이 얼마나 좋은가, 하고 떠들던 말들이 떠오른다.
폐경 이후에 여자는 비로소 인간이 된다.
서구의 어느 부족은 마을의 중요한 일을 결정할 때 여자 노인을 지혜를 빌린다고 한다.
... 많이 늘어놓았던 말들을 신념으로 새겨야 할 때다. 구차해지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