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필사

단풍의 이유 / 이원규

칠부능선 2015. 11. 16. 21:07

단풍의 이유

이원규

 

 

이 가을에 한번이라도

타오르지 못하는 것은 불행하다

내내 가슴이 시퍼런 이는 불쌍하다

 

단푼잎들 일제히

입을 앙다문 채

사색이 되지만

불행하거나 불쌍하지 않다

 

단 한번이라도 타오를 줄 알기 때문이다

 

너는 붉나무로

나는 단풍으로

온 몸이 달아오를 줄 알기 때문이다

 

사랑도 그와 같아서

무작정 불을 지르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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