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만지다
오봉옥
어둑발 내리고 또 혼자 남아 내 몸을 가만히 만져보네. 얼마 만인가.
내가 내 몸을 만져보는 것도 참 오랜만이네. 그래, 기계처럼 살아왔으니
고장이 날 만도 하지. 기를칠 한번 없이 돌리기만 했으니 당연한 일 아닌가.
이제와서 닦고 조이고 기름칠 한들 무슨 소용이 있나.
내 몸 곳곳의 나사들은 붉은 눈물을 줄줄 흘릴 뿐이네. 필사의 버티기는 이제 그만,
급기야 나사 하나를 바꿔볼까 궁리하네.
나사 하나쯤 중국산이나 베트남산이면 어때, 벼락 맞을 생각을 하기도 하네.
어둠 속에서 난 싸늘하게 굳은 나사 하나를 자꾸만 만져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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