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이 모두 내가 엄청 바쁘다고 생각해서 나를 부르지 않는다.
가까이 와서 전화를 하면서도 몹시 미안해 한다.
그러고 보니 친구 모임을 거의 내가 주도를 했다. 내가 가능한 시간에 소집을 하는 격이다.
낮에 분당에 왔다는데 저녁에 불러서 운동을 제치고 저녁을 함께 먹었다.
친구는 5년간 치매 어머니를 돌봤는데 지난 달에 돌아가셨다. 늙고 병든 엄마는 미혼인 착한 딸 몫이다.
엄마 돌아가시고 한 달을 잤단다. 야무진 구석이라곤 없는 친구가 참 장한 일을 해냈다.
그간의 이야기를 오늘에야 들으니... 기가 막힌다.
좋은 죽음을 맞는 건 큰 축복이다. 염치없이 여기다 기대야 한다.
자주 바쁘긴 하지만 너무도 실속없는 일들이다.
인사치레로 행사에 얼굴 도장 찍으러 다니고, 예고 없는 손님치레 하는 게 요즘 일상이다.
청탁은 밀려있어서 머리 한 구석은 무겁고, 올해는 펑크를 내리라 마음 먹었지만 그도 쉽지는 않다.
좋은 일도 있기는 하다.
아끼는 후배가 문학상을 받았고, 큰 위로가 되었을 것으로 믿는다.
시고모님이 내 회갑이라고 금일봉을 보내줘서 전화를 드렸더니~~ 되려 고맙다고 폭풍 칭찬을 하신다.
오늘은 작은 아버님과 시동생이 다녀가고.. 다행히 남편이 밖에서 대접하고 나는 모임에서 2차를 못하고 부랴부랴 와서 얼굴을 비추었고.
요즘 허기진다.
잠이라도 푹 자야 충전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