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사람이랑

긴 연휴

칠부능선 2013. 9. 22. 15:35

 이번 추석은 제대로 놀 만하게 길었다.

전전날 며느리가 장을 봐오겠다고 해서 집에 있는 것들만 장만하고 있었다.

추석 전날, 아침 일찍 아들 며느리가 와서 몇 년 만에 송편을 빗었다. 콩과 깨를 넣고. 점심식사 전에 송편을 마치고.

점심 식사후에 전을 부치고.. 내가 장을 봤으면 왕창 했을텐데, 쪼금 장을 봐 오는 바람에 일이 쉽게 끝났다.

이른 저녁을 먹고 넷이서 맥주와 매실주를 마시고... 남편은 자러 들어가고

'꼭 봐야한다'는 영화 한 편을 보고  나니 12시가 넘었다.

세가지 이야기가 뒤섞여 산만하더니 중반부 넘어가며 가닥이 잡히고 끝에는 모두 하나로 집약되는데..

에고 제목이 생각 안 나니.. 이걸 우짜나.

 

추석날 아침엔 작은집, 점심엔 시누이네 조카딸이 다녀가고,

저녁에 친정에 갔다. 큰오빠가 없는 친정. 세째오빠와 큰조카 내외가 오고

저녁을 먹고 손 큰 언니는 바리바리 싸줘서 무겁게 들고 왔다.

나는 동서, 조카, 며느리한테 쪼금씩 싸보냈는데.. 올해는 워낙 조금했으니.

 

추석 다음날 저녁무렵 딸네 식구가 와서 두 밤 자고 지금 갔다.

그 이틀동안 나는 아무것도 못한다. 휴대폰도 슬쩍슬쩍 확인만 하고, 컴은 아예 켤 생각도 못했다.

받들어 충성! 으로 탄천도 나가고...

 

 

 

몸이 빠른 동생 시경인 저렇게 훌쩍 올라가서 노는데 몸이 둔한 형 태경인 동생을 바라만 본다.

함마니 올려주세요. 이러면서...

매달려 놓으면 금세 떨어진다. 팔 힘도 동생만 못하다. ㅎㅎ

 

 

 

나비가 오래 앉는 꽃이 있고, 스쳐지나는 꽃이 있다.

꽃이라고 다 꽃이 아닌지...

 

 

강아지 풀도 신기해서 한참을 가지고 논다.

 

 

탄천에는 팔뚝만한 붕어인지 잉어인지 바글바글~~

오리도 떼로 다니고. 새우깡 한봉지를 풀어 놓으니 난리가 났다.

오리와 물고기의 각축전이.. 재바른 놈이 채간다.

 

 

 

  차례와 제사를 지내는 딸이 몇 시간이라도 푹 쉬길 바라는 마음으로 충성 봉사한다.

  오래전 내가 친정에 아기들 데리고 가서 엄마와 올케한테 맡기고 일주일씩 푹 쉬던 생각하면서.

  돌아보면 난 참 철없게 살았는데, 딸은 나보다 야무지다.

  그런데 그걸 보는 내 마음은 좀 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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