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추석은 제대로 놀 만하게 길었다.
전전날 며느리가 장을 봐오겠다고 해서 집에 있는 것들만 장만하고 있었다.
추석 전날, 아침 일찍 아들 며느리가 와서 몇 년 만에 송편을 빗었다. 콩과 깨를 넣고. 점심식사 전에 송편을 마치고.
점심 식사후에 전을 부치고.. 내가 장을 봤으면 왕창 했을텐데, 쪼금 장을 봐 오는 바람에 일이 쉽게 끝났다.
이른 저녁을 먹고 넷이서 맥주와 매실주를 마시고... 남편은 자러 들어가고
'꼭 봐야한다'는 영화 한 편을 보고 나니 12시가 넘었다.
세가지 이야기가 뒤섞여 산만하더니 중반부 넘어가며 가닥이 잡히고 끝에는 모두 하나로 집약되는데..
에고 제목이 생각 안 나니.. 이걸 우짜나.
추석날 아침엔 작은집, 점심엔 시누이네 조카딸이 다녀가고,
저녁에 친정에 갔다. 큰오빠가 없는 친정. 세째오빠와 큰조카 내외가 오고
저녁을 먹고 손 큰 언니는 바리바리 싸줘서 무겁게 들고 왔다.
나는 동서, 조카, 며느리한테 쪼금씩 싸보냈는데.. 올해는 워낙 조금했으니.
추석 다음날 저녁무렵 딸네 식구가 와서 두 밤 자고 지금 갔다.
그 이틀동안 나는 아무것도 못한다. 휴대폰도 슬쩍슬쩍 확인만 하고, 컴은 아예 켤 생각도 못했다.
받들어 충성! 으로 탄천도 나가고...
몸이 빠른 동생 시경인 저렇게 훌쩍 올라가서 노는데 몸이 둔한 형 태경인 동생을 바라만 본다.
함마니 올려주세요. 이러면서...
매달려 놓으면 금세 떨어진다. 팔 힘도 동생만 못하다. ㅎㅎ
나비가 오래 앉는 꽃이 있고, 스쳐지나는 꽃이 있다.
꽃이라고 다 꽃이 아닌지...
강아지 풀도 신기해서 한참을 가지고 논다.
탄천에는 팔뚝만한 붕어인지 잉어인지 바글바글~~
오리도 떼로 다니고. 새우깡 한봉지를 풀어 놓으니 난리가 났다.
오리와 물고기의 각축전이.. 재바른 놈이 채간다.
차례와 제사를 지내는 딸이 몇 시간이라도 푹 쉬길 바라는 마음으로 충성 봉사한다.
오래전 내가 친정에 아기들 데리고 가서 엄마와 올케한테 맡기고 일주일씩 푹 쉬던 생각하면서.
돌아보면 난 참 철없게 살았는데, 딸은 나보다 야무지다.
그런데 그걸 보는 내 마음은 좀 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