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사람이랑

2월 첫 결혼식

칠부능선 2013. 2. 2. 17:16

 

서울대성당 2월 첫 결혼식에 참석했다.

오랜만에 듣는 파이프 올겐 소리에 울컥, 했다. 지은 죄가 많은 탓인지 난 성가만 들어도 자주 울컥거린다.

유열의 목소리를 떠올리게 하는 신부님의 말씀이 귀에 쏙쏙, 들어왔다.

그 중에서도 사랑은 견디는 것이라는 말에 끄덕끄덕,

 

 

 

영성체를 신랑신부만 하고 혼배미사를 마쳤다. 이렇게 간략하게 하는 건 처음이다.

신부님이 신랑신부에게 읽어준 시다.

 

둘이서 하나가 되어 - 김후란

밝은 이 자리에 떨리는 두 가슴
말없이 손잡고 서 있습니다
두 시내 합치어 큰 강물 이루듯
천사가 놓아준 금빛다리를 건너
두 사람 마주 걸어와 한자리에 섰습니다

언젠가는 오늘이 올 것을 믿었습니다
이렇듯 소중한 시간이 있어 주리란 것을...
그때 우리는 이슬 젖은 솔숲을 거닐면서 말했습니다
우리는 영원히 하나가 되리라고

푸른 밤 고요한 달빛 아래
손가락 마주 걸고 맹세도 했습니다
우리는 영원히 하나가 되리라고
그리고 지금 우리가 순수한 것처럼
우리의 앞날을 순수하게 키워가자고

사람들은 누구나 말합니다
사노라면 기쁨과 즐거움 뒤에
어려움과 아픔이 따르기 마련이며
비에 젖어 쓸쓸한 날도 있다는 걸
모래성을 쌓듯 몇 번이고 헛된 꿈에
무릎을 꿇어야 한다는 걸

그럴수록 우리는
둘이서 둘이 아닌 하나이 되렵니다
둘이서 하나이 되면
둘이서 하나이 되면
찬바람 목둘레에 감겨든단들
마음이야 언제나 따뜻한 불빛
외로울 때는
심장에서 빼어 준 소망의 언어들을 기억할 것입니다

잊을 수 없는 우리만의 밀어
버릴 수 없는 우리만의 꿈
약속의 언어로 쌓아올린 종탑
높은 정신을 기억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가장 꼭대기에 매어단
사랑과 헌신의 종을 힘껏 치렵니다

아, 이토록 아름다운 하늘 아래
이토록 가슴이 빛나는 날에
둘이서 하나가 되면
둘이서 하나가 되면
지상의 온갖 별들이 머리 위에서 빛나고
불멸의 힘으로 피어나는 날들이
우리들을 끌어갈 것입니다

우리의 손을 잡고
같은 쪽 같은 하늘을 바라보며 가렵니다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

 

 

 

 

                                 찌르르 찔리는 말들,  난 아들 결혼식에 앞서

                                "둘이 하나되려고 노력하지 마라.  그건 영원한 허상이다.

                                    하나, 하나 즐겁게 잘 살아라. 그리고 둘이 자주 뭉쳐서도 더 즐겁게 살아라.

                                     각각, 스스로 행복하지 못하면 상대에게 더욱 만족하지 못한다. "

 

                                   .... 이런, 날라리 엄마, 내 참회를 이렇게 하고 말았다.

                                         

 

 

                                             

                                                    이쁜 신부와 귀여운 신랑의 사진들.

                                                   신랑보고 귀엽다고 하니까 같이 간 후배가 그만큼 선배님이 나이 먹은 것이라나...ㅋㅋ

                                                   요즘 남자를 보면 가슴이 뛰는 게 아니라 구엽거나 안쓰러우니 늙긴 늙었다.

 

 

 

 

 

성당 밖, 한옥이 신부님 사제관이나 수녀님들의 거처인 듯 하다.

바람은 맵지만, 햇살은 따스한 날이다.

둘이 하나가 되어 바람도 햇살도 잘 다스리며 슬기롭게 살아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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