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우즈베키스탄,
고려인집의 뒷마당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던 꽃이다.
이름도 모르는 이 꽃이 무리지어 있는 모습이 어찌나 이쁘던지. 꽃씨를 얻어왔었다.
그때 작업실 마당에 심었는데... 비실비실 손뼘 만큼 자라다가 스러졌다.
지난 여름, 아파트 옆 라인 화단에 건강하게 피어 있다.
반가워서 휴대폰에 찍어두고 가끔씩 꺼내보았다.
이 꽃, 꽃답지 않은 이 꽃, 이름을 찾았으나 아직 찾지 못했다.
아파트 화단에서 이렇게 잘 자라는 걸 보니 기후가 맞는 것이다.
그때 작업실 마당은 돌무더기에 거름이 전혀 없었다는 게 떠오른다.
안심이다. 내년에도 또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하니.
그 여름, 우즈벡에서 시작한 나의 큰 변화.
샘물이며 갈증인, 충격.
그로 인해 나는 커지고 단단해지고
또 기뻐하고
슬퍼지기도 하고 가슴 저리기도 하고. 많은 감정의 기복들을 학습했다.
비로소
몸의 말을 듣기 시작했다.
다시 무뎌지는 내 정신을 일깨우며, 평안에 노니는 내 마음에 폭풍을 휘몰아 치게 하는,
머리 위에 뜨거운 열기를 기쁨으로 받아내던 시간을
다시 환희로 느낄수 있도록.
꽃이여
가까이, 또 다시 피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