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사람이랑

복권

칠부능선 2012. 10. 31. 17:26

 

아침에 어머니께서 상기된 얼굴로 말씀하신다.

오늘 복권을 사야겠다고, 그것도 직접 가셔야겠단다. 예전에도 좋은 꿈을 꾸셨다며 복권을 사러 가자고도 하시고, 내게 사오라고도 하셨다.

그러나 이 몇년 동안은 거의 바깥출입이라고는 병원 가는 일만 하시는 양반이 왠 복권, 그것도 직접 가시겠다니.

살짝 짜증이 났다.

오늘은 일찍 나가야 하는 날이다. 무슨 말씀이건 떨어지기 무섭게 즉석 처리하는 내 성질머리로 미룬다는 건 스트레스다. 단 몇 시간이라도.

수업에 가서도 내내 그 생각을 했다.

 

늘 들리던 2차 '한 잔'은 생략하고 달려왔다. 동네 한바퀴 돌면서 복권 파는 곳을 물색했는데, 없다.

야탑이나 서현역 쪽으로 가 보란 말만 들었다. 야탑역 부근을 검색한 후에  뫼시고 가리라 생각하고 들어왔다.

"애고 귀찮다. 그만 둘란다. 돼지 4마리를 봐서 그랬는데..."  

그 사이 마음이 변하셨는지 아니 가신단다.

"그 꿈으로 돈으로 살 수 없는 걸 빌어보세요."

어머니가 바라시는 게 3가지 있다. 아들 딸 집집마다 한 가지 걱정거리들. ㅋㅋ

 

아침에 내가 한 말이 걸리신 건, 아니겠지.

'어머니, 복권 당첨된 사람들 행복한 사람 없다는 통계가 나왔어요. 공돈은 재앙이에요.

부모님이 재산 많이 남기고 간 집들은 거의 형제간에 재판하고 있잖아요. '

이런~~ 싸가지 없는 말은 뱉었으니...

 

지금까지 내가 안 해 본 일 중에 하나가 '복권'을 사는 일이다.

복권에 선행의 의미도 있다지만, 일확천금은 줘도 싫다.

아니, 주면 받을까.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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