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길에서

연천 1박

칠부능선 2024. 12. 2. 21:42

장 선생과 일년에 두 번 하기로 한 수도원기행이 12월에는 개인피정을 안 받는다고 해서 불가해졌는데,

예수고난회 오 신부님이 동네책방을 하는 목사님댁 북스테이를 소개해줬다.

일욜 10시 30분 도봉역에서 장샘을 픽업해 연천으로~~

 

오 베드로 신부님은 20년만에 안식년을 맞아 병중의 부모님을 돌보고 있다. 마침 집 앞에 대광리공소도 담당하고 계신다.

김수환 추기경의 기념식수가 있다.

 

신부님이 가져다 놓은 국화분과 항아리들... 양양 수도원에서도 아기자기 가꾸시던 생각이 난다.

근처에 탈북청년들이 하는 컨테이너 식당에서 점심과 차를 마셨다. 아주 착한 가격에 맛도 있다.

30분쯤 달려서 간, 소이산 평화마루공원 - 주차장

저 사이에 지뢰밭이 있고 북한한계선까지가 4km란다.

치열했던 백마고지가 앞에 있다.

또 20분 넘게 달려서 철원 한탄강 은하수교

특별한 다리 세 개를 걸었다. 아래 강물이 보이는 유리 구간이 있다.

겨울에만 개장한다는 부표 다리, 주상절리로 둘러싸인~~

신부님이 예약해 준 <오늘과내일>

젊은 목사님 부부를 만나니 참으로 어여쁘다. 일, 월이 휴무인데 우리가 찾아들었는데 반가이 맞아주신다. 1층에 방 2, 위에 찻집과 책방, 그 위에 살림집이다. 정겹고 소박하다.

아, 그러고보니 담이 없네. 신부님 부모님 댁에도 담이 없었는데....

 

장 샘과 잠시 이야기하고, 각자 방 하나씩을 차지하고... 이 방이 약간 큰 방이다.

장 샘은 노트북을 가지고 와서 일을 하고, 나는 그냥 쉬기로 .

저 책을 대강 살피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오마나~ 꿀잠, 전 날 불량한 수면 탓인지 단숨에 8시간을 잤다.

집인줄 알고 머릿맡에 안약을 찾았으니... ㅋㅋ

아침 창밖 풍경, 동네 마을회관 앞이다. 한가롭다.

아침에 이해인 수녀의 <희망은 깨어 있네>를 읽었는데 2010년 판이다. 항암투병하던 시절이니 이제 완전히 벗어나서 건강해지셨나 보다. 김점선, 장영희와 절친이었는데 셋이 함께 암을 가지고 있었던 걸 행복하다고 했는데 제일 고령인 수녀님만 이겨냈다. 죽음에는 순서가 없다.

병중에도 '앞을 봐도 기쁘고/ 옆은 봐도 즐겁고/ 뒤를 봐도 마냥 행복하다' 는 어머니의 행복수첩을 떠올리며 '동서남북 어디서나 행복한 사람이 되어야지' 결심을 하신다. '나는 많은 사람들 위해/ 움직이는 사랑의 집/ 선물의 집이 될거야/ 요술공주 위로천사/ 모두모두 할거야'

결심한 대로 되셨다. 그런데 왜 이리 슬픈지....

아침에 홀로 두 시간 수녀님의 마음에 젖었다.

공동체 생활을 소개한 <얼마나 좋은가>... 글쎄.

바라보는 건 다 좋다. 나도 친구들과 자주 만날수 있는 거리에서 모여 살면 좋겠다. 함께 또 따로.

내가 하룻밤 꿀잠을 잔 방이름이다.

돌베개는 각성을 일으켜야하는데... 난 각성마저 녹여버린듯.

10시가 넘어서 2층에 올라갔다.

목사님 부부가 준비한 막 내린 커피와 군고구마, 과일로 아침을 먹으며 많은 이야기를 했다.

주로 우리가 이야기 한게 좀 ... 그랬다.

그러고보니 목사님 내외는 '경청'을 실천하고 있는 듯.

장샘은 이듬 시집 하나 고르고, 내가 사온 책이다. 한 권은 선물로 받았다.

아름다운 목사님 내외의 동네책방이 오래오래 건재하길 빈다.

전철이 생기고 패쇄된 신탄리역, 왠지 낭만이 사라진 듯 쓸쓸하다.

신탄리역 앞에서 이른 점심을 먹고,

시골에 찻집이 있어요?

왠걸... 밥값과 비슷한 비싼 찻집이다.

 

재미난 이야기는 한이 없지만... 아쉽게 헤어졌다.

신부님께 김치와 배추, 무우, 대봉감을 얻어 왔다. 내가 김장을 안 했다고 하니까 신부님댁에 들어온 김치가 많다고 나눠주셨다.

아, 작년 이맘때 양양 수도원 갈때 장 선생은 신부님께 김장한 김치를 가져다 드렸는데.. 것두 대중교통으로. 난 졸지에 염치없는 인간이 되었다.

무, 배추, 대봉감 일부는 차에 남겨두었다. 나도 나누려고.

배추 겉잎도 알뜰하게 무침을 했다.

맛있는 김치에 책에... 부자가 되었다.

좋은 인연에 감사,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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