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책이랑

우리는 거대한 차이 속에 살고 있다 / 위화

칠부능선 2022. 5. 27. 16:14

『허삼관 매혈기』 가 떠오르는 소설가 위화의 산문집이다. 2016년에 쓴 이 책은 여전히 현장성이 있다.

우리는 지금도 여전히 거대한 차이 속에서 살고 있다. 

 

더우기 오늘, 영화 <당신이 조국>을 보고 맘이 착잡하다. 오는 길에 지방선거 서전투표를 했다. 

요즘 분위기를 생각하니 무거운 마음이 더 깊어진다.

 

 

 

* 10년 전 『인생』을 발표했을 때, 몇몇 친구들이 놀렸다. 그들의 예상과 달라서였다. 그들이 보기에 아방가르드 작가가, 갑자기 전통적 의미의 소설을 쓴 것이 이해되지 않았다. 당시 나는 그들에게 한마디로 답했다. "하나의 유파만을 위해 창작을 하는 작가는 하나도 없어. "  (60쪽)

 

 

* 상상의 함의란 무엇인가? 여러 해 전, 나는 잡지 <독서>에 수필을 쓰면서 이 문제를 다룬 적이 있다. 그때는 그저 피상적으로 언급했는데 오늘은 충분히 토론을 할 수 있겠다. 우리가 문학 작품에서 상상의 역할을 생각할 때면 필연적으로 다른 능력을 마주하게 되는데, 바로 통찰력이다. 상상력과 통찰력이 온전히 결합할 때 문학 속 상상력이 진정으로 드러날 수 있으며 그렇지 않으면 터무니없는 생각이거나 공상, 허튼 생각일 뿐이다. (69쪽)

 

 

* 내가 '비상과 변신'을 첫 제목으로 선택한 것은 이 두 가지가 문학의 상상력에 관해 많은 것을 표현하고 있기 때문인 동시에, 이것들이 현실의 삶에서 불가능한 것과 이치에 맞지 않는 것을 문학 작품 속에선 가능하고 이치에 맞는 것으로 변화시키기 때문이다. 당연히 문학적 상상력을 최대로 표현하는 것에는 비상과 변신만이 아니라 죽은 사람을 어떻게 부활시키느냐는 것도 포함된다.  (78쪽)

 

 

* 미국 대학의 운영비는 주로 사회 기부에서 나온다. 내가 뉴욕 대학에서 들은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다. 어떤 기증자가 맨발로 총장 사무실에 들어왔다. 기증자의 맨발을 본 총장의 첫번째 반응은 자기 양말을 벗는 것이었다. 그는 같이 맨발이 되었다. 맨발인 사람 둘이 함께 앉아서 진지하게 대화를 했다. 그런 뒤 기증자는 수표를 끊었고, 총장은 몰래 고개를 기울여 기증자가 1 뒤에 0을 쓰고 또 쓰는 것을 보앗다. 그는 뉴욕 대학에 1억 달러를 기증했다. 

내가 이 이야기를 한 친구에게 하지 그 친구가 말했다. "맨발인 사람은 신발 신은 사람에게는 기증하지 않아."

 (207쪽)

 

 

* 어렸을 때가 생각난다. 물자가 궁핍하던 시절에 우리집 이웃은 예순 살이 넘었는데, 일주일에 한 번은 백주 (중국 고량주)를 마셨고, 백주 작은 잔에 오향두 한 알을 먹었다. 그는 만족스럽게 족ㅁ 한 모금 하고는 오향두를 핥고 잠시 멈췄다가, 다시 조금 한 모금 하고 다시 오향두를 핥았다. 오향두 껍질의 짠맛이 없어질 때가 돼서야 조심조심 하나를 먹었다. 백주 한 잔과 오향두 한 알이면 이 어르신은 두 시간 넘게 신선 같은 삶을 누렸다. 그의 얼굴에 넘쳐나는 것은 취객의 표정이 아니라 도취의 표정이었다. 

요즘 일부 사람들은 소리를 지르며 비싼 맥주와 와인을 맥주처럼 들입다 마신다. 그런 사람들은 가짜 술을 마셔야 한다. 

(215쪽)

 

  

* 부조리소설과 사실소설의 가장 큰 차이는 그것과 현실의 관계다. 사실소설이 가는 길이 탄탄대로라면 부조리서설이 가는 길은 지름길이다. 천천히 가지 않고 보다 빨리 현실에 도달하기 위해서다. 나는 이런 방식만이 우리 시대 속 많은 부조리한 일을 집중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허삼관 매혈기』 혹은 『인생』의 방식을 사용하면 하나의 사건만 쓸 수 있다. 그런데 나는 뉴스에 그리 열중하는 편이 아니어서 정력을 집중하여 한 사람의 탄원이나 강제 철거를 쓰는 것에 흥미가 없다. 그때 왜 『허삼관 매혈기』를 썼는가? 매혈은 하나의 구실에 불과하다. 나는 주로 그들의 삶을 썼고, 나를 끌어들인 것은 바로 그것이다.  (24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