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필사

꽃 / 오봉옥

칠부능선 2006. 7. 11. 12:03

 

              꽃  /  오봉옥

 

 

 

 

  아프다, 나는 쉬이 꽃망울을  터트렸다

  한때는 자랑이었다

  풀섶에서 만난 봉오리들 불러모아

  피어봐, 한번 피어봐 하고

  아무런 죄도 없이, 상처도 없이 노래를 불렀으니

 

 

  이제 내가 부른 꽃들

  모두 졌다

 

 

  아프다, 다시는 쉬이 꽃이 되지 않으련다

  꽁꽁 얼어붙은

  내 몸 수만 개 이파리들

  누가 와서 불러도

  죽다가도 살아나는 내 안의 생기가

  무섭게 흔들어도

  다시는 쉬이 꽃이 되지 않으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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