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필사

여우비 / 김명인

칠부능선 2006. 7. 10. 21:08

 

  여우비 / 김명인

 

 

 

철둑 가장일 끌고 오는 여우비,

저물 무렵

잠깐 놀러 나온 구름이 길을 묶는다

만곡 끝 닿는 곳까지 갖은 파랑 펼쳐놓고

바다 한쪽을 후둘겨 소낙빌 털어내는

여우비, 한 풍경에도 이렇게 확실한

두 세계의 경계가 있다

          나, 지금 물든 풍경의 틈새에 끼여

          한켠으론 젖고, 한켠으론 메마르며

          땅거미 속 아득하게 지워져가는

          저 철길 보고 있다

길 사라져 헤맬 일로 고단해지면

우는 화상아, 그대나 나나 둑 아래 감탕밭

스쳐간 비 자리 엎어진

물 웅덩이로 주저앉아

갈 곳 없는 노을 텅 비게 담아내며

평지 바람에도 주름 접힐 파문으로나 남았다

바다 건널 일도 힘에 부쳐

겨우겨우 모래펄을 쓸고 있는 여우비,

어느새 몸 무거워진 가을머리 저 여우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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