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 서정주
가신 이들의 헐떡이던 숨결로
곱게 곱게 씻기운 꽃이 피었다.
흐트러진 머리털 그냥 그대로,
그 몸짓 그 음성 그냥 그대로,
옛사람의 노래는 여기 있어라.
오 - 그 기름 묻은 머리빡 낱낱이 더워
땀 흘리고 간 옛사람들의
노래소리는 하늘 우에 있어라.
쉬어 가자 벗이여 쉬어서 가자
여기 새로 핀 크낙한 꽃그늘에
벗이여 우리도 쉬어서 가자
만나는 샘물마다 목을 축이며
이끼 낀 바윗돌에 턱을 고이고
자칫하면 다시 못 볼 하늘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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