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필사

꽃 / 서정주

칠부능선 2006. 7. 11. 11:50

 

   꽃  / 서정주

 

 

 

 가신 이들의 헐떡이던 숨결로

 곱게 곱게 씻기운 꽃이 피었다.

 

 

 흐트러진 머리털 그냥 그대로,

 그 몸짓 그 음성 그냥 그대로,

 옛사람의 노래는 여기 있어라.

 

 

 오 - 그 기름 묻은 머리빡 낱낱이 더워

 땀 흘리고 간 옛사람들의

 노래소리는 하늘 우에 있어라.

 

 

 쉬어 가자 벗이여 쉬어서 가자

 여기 새로 핀 크낙한 꽃그늘에

 벗이여 우리도 쉬어서 가자

 

 

 만나는 샘물마다 목을 축이며

 이끼 낀 바윗돌에 턱을 고이고

 자칫하면 다시 못 볼 하늘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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