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땜시 몇 달만에 시인회의 모임을 한샘의 이사한 집에서 했다.
과천에 새로지은 아파트 7층이다. 교동마님답게 아파트 느낌 안나는 대궐같은 집이다.
10명이 널널하게 앉은 식탁, 집밥 전문답게 거하게 차렸다.
오래 놀고, 시 합평은 간단히
5시 넘어 헤어져 집에 오니 또 든든하다.
쥔장이 들려준, 과천의 행복찹쌀떡과 마당있는 집에서 거두어온 미나리와 쌈거리들...
배워서 남주는 거, 참 좋은 거다.
혜민씨의 켈리 솜씨, 9명 모두에게 각자의 시를 적어주었다. 세상에 1개 밖에 없는 선물이다.
늙막까지 혼자 즐기며, 또 나눌 수 있는 취미가 필요하다.
종
노정숙
대대로 종만 만들었다는 한 남자를 만났다. 울지 못하고 매달려 있는 종들 아래서
숫된 그의 눈과 마주 쳤을 때 우리는 원시의 언어로 하나가 되었다. 땀으로 젖은 등,
갇혀 있던 말들이 서로를 위로한다. 모나고 거친 몸이 깊고 어두운 시간을 지나 둥글게 태어난다.
그는 백 년 전에 이미 내 안에 들어온 사람이었다.
그의 혀는 능란했다. 나는 기어이 그의 종이 되었다
목을 직각으로 꺾어야 볼 수 있는 첨탑, 그가 줄을 당기면 비로소 나는 몸을 던져야한다.
내 것이 아닌 것을 탐한 죄로 오래오래 울어야한다.
그리운 손 떨리는 입술, 내 것인 것을 알아 본 죄로 다시금 돌아와 무릎을 꿇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