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수수백년 만에 김치를 담은 느낌이다.
그 시작은 혜민씨네서 얻어온 쪽파 한 줌이다. 그걸 보고 문득 김치가 담고 싶어지는 건 무슨 조화인지.
모처럼 트레이더스에서 왕창 장을 보면서 열무 4단, 얼갈이 2단, 알배추 2개, 무 한개를 넣었다.
어제 한밤중에 주문한 게 오늘 낮 2시쯤 와서... 다듬고 씻고 절이고, 풀 쑤고, 고추 갈고, 늘 하던대로 후다닥.
열무김치, 무 배추 김치 모두 자작하게 ... 이제 숙성의 시간을 잘 살펴야 한다.
아버님 안 계시고부터 식문화가 달라졌다. 시도 때도 잊고 배고플 때만 먹는다. 하루 한끼 제대로 먹는 걸로.
그래도 군것질이 세서 몸무게는 가벼워지지 않는다.
먹고 사는 일의 지엄함에서 해방된 것이다. 그저 가볍게 먹는 것은 일이 아닌 놀이로.
그러고 보니 평생을 밥에 묶여 살았던 거다. 어머니의 전생과 내 반생, 나야 하고싶은 것도 슬쩍슬쩍 하면서 살았으니
억울할 건 없지만 어머니를 생각하니 맘이 짠하다.
아들 며늘이 어제 짬이 났다고 긴자 서현에서 점심을 사주고 갔다.
집에서 먹자고 하니 극구 사양이다. 내 참~~ 그래도 저 김치가 맛나게 익으면 다음엔 집밥을 해주리라.
저 김치 맛나게 익으면 누굴 불러 밥 먹이고 싶어질 것 같다.
다시 살림을 좀 해봐?